똑똑한 바보들/크리스 무니 지음ㆍ이지연 옮김/동녘사이언스 발행ㆍ394쪽ㆍ1만6500원
진보라면 시원하고 보수라면 불편할 책이다. 양 진영의 인지 방식 차이에 관한 연구들을 근거로 왜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보다 새로운 팩트에 대한 거부반응이 큰지, 왜 사실에 위배되는 정치적 신념을 고수하는지를 조목조목 짚는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뇌부터 다르다는 주장을 하는데 뇌과학과 신경과학 연구 결과를 동원한다.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지만 편파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궁금하던 바로 그 지점을 짚으면서 적확한 사례들을 버무려 놨다는 특장이 있다. 위험하지만 흥미롭다.
보수와 진보 진영은 종종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린다. 저자는 이게 다 '뇌의 문제'라고 일갈한다. 보수주의자의 뇌는 편도체가 진보주의자의 뇌는 전대상피질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반응하는데, 편도체는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고 전대상피질은 모순을 감시하고 오류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보수는 외부 위험에 극도의 공포를 보이고 진보는 지적을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쓴 이 책의 원제는 'The Republican Brain', 즉 공화당원의 뇌다. 저자는 보수판 위키피디아인 웹 백과사전 컨서버피디아에 오른 '동성애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다' '낙태는 유방암을 유발한다' 같은 황당한 주장들을 들며 사실을 비트는 보수주의자의 뇌를 스캔한다. "세금 내지 않는 47%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자"라며 잘못된 수치로 저소득층 비하 발언을 한 게 최근 들통나 위기에 처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밋 롬니는 딱 맞아 떨어지는 사례다.
모든 사람은 동기에 영향을 받으며 편향되게 사고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저자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라는 성격 척도의 차이 때문에 보수와 진보가 완전히 다른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똑똑한 바보들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유발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 중에는 보수적인 백인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온난화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14%였는데, 보수 백인 남성은 39%로 두배를 훌쩍 넘었다. 과학자들이 온난화에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36%였는데, 보수 백인 남성에서는 59%로 높았다.
진보주의자의 감정 편향 판단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성향과 결단력이 간혹 도움이 되지만 상황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신중함도 필요하며, 때에 따라 결단과 뚝심이 있는 보수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도 충고한다. 결국 진보와 보수는 모두 인간 본성의 핵심이며 성향마다 미덕이 있다는 지점도 강조한다.
진보주의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보수주의자들이 과학과 팩트에 관한 한 훨씬 잘못되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시각과 성향을 집중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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