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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View/ 몽골의 광야서 찾아낸 '노다지'… 유목민들 삶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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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orld View/ 몽골의 광야서 찾아낸 '노다지'… 유목민들 삶 뒤흔들다

입력
2012.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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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남부 고비사막 경계에 펼쳐진 메마른 광야. 간혹 양과 염소 떼만 지나갈 뿐 눈에 걸리는 것이 없었던 이곳에 최근 푸른 건물 여러 채가 들어섰다. 건물로부터 뻗어 나와 사방으로 퍼져 있는 전선은 문명의 도래를 상징하는 것 같다. 다음달 이곳 칸보그드 근처에 대규모 광산 오유톨고이가 들어선다.

칸보그드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주민 반치그 우도이(61)에게는 최근의 변화가 격세지감이다. 그는 “예전에 몽골의 모든 초원과 계곡에는 유목민과 가축이 있었지만 그들의 숫자가 점점 줄고 있다"며 "사람들이 광산 일을 구하기 위해 초원을 떠난다”고 말했다.

광산 문을 정식으로 열기 전인데도 오유톨고이가 몽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벌써 30%에 이른다. 칸보그드는 근처에 약 1만8,597톤의 구리와 595톤의 금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세계 광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캐나다 아이반호사가 몽골 정부와 2003년 투자 협상을 시작해 2009년 합작투자협정을 맺었으니 채광에 이르는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긴 과정만큼 개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1990년 이후 몽골 정부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최근 몽골의 국내총생산(GDP)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GDP 증가율이 지난해 17.3%였고 올해 1ㆍ4분기는 16.7%였다. 최근 몇 년간 광산이 들어설 지역을 개발하는데도 60억달러를 투입했다. 광산이 주로 오지에 있기 때문에 도로, 전기, 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한 대규모 사전 투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광산 산업의 경제적 영향은 달라진 풍경으로 나타난다. 도로가 들어서고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일꾼을 가득 실은 셔틀버스가 숙소와 현장 사이를 오간다. 하루 중 정해진 시간 동안에는 전기도 들어오며 10년 전 2,000명이었던 칸보그드의 인구는 최근 3배가 넘는 7,000명으로 늘었다. 광산 현장에서 거주하는 노동자만 1만여명이다.

이런 변화는 시작일 뿐이다. 광산업계는 오유톨고이가 2018년까지 세계 3대 구리ㆍ금 광산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때 이 광산은 몽골 경제의 3분의 1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활의 기준을 바꿀 원천이 된다는 뜻이다. 투자자문회사 오리고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데일 초이는 "하나의 광산이 국가경제를 놀랍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결과를 우려하는 주민이 의외로 많다. 자연과 더불어 겸손하게 사는 삶을 미덕으로 여기며 유목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특히 크다. 가족, 가축과 함께 광산으로부터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알탄게렐 우덱(31)은 "가축과 (광산을 개발하는) 트럭이 함께 땅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매우 혼란스럽다" 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뜩이나 강우량이 적은 지역인데 그나마 있는 물조차 광산 개발에 쓰이고 있다"며 "우리가 기르는 양 1,000마리가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인구 유입과 대규모 건설 사업은 환경을 악화시켰다. 몽골 보건대 소속 의사 나란트세트세그 로기는 "광산업의 영향으로 고비사막 근처 지역의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주민도 있다. 유목민 바트센겔 르크함도오로브(40)는 "광산에서 나오는 돈은 필요 없다"며 "우리가 필요한 것은 물과 땅"이라고 강조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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