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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러시아 불화 조짐/ "푸틴 음모 폭로한 리트비넨코 死因 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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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러시아 불화 조짐/ "푸틴 음모 폭로한 리트비넨코 死因 재조사"

입력
2012.09.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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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영국 런던 중심가 피카딜리서커스 인근 호텔의 일식당. 40대 러시아 남성이 녹차를 마시다 갑자기 구토하며 쓰러졌다. 겨우 깨어나기는 했지만 설사, 탈모, 체중감량 증상을 보이다 3주 만에 결국 사망했다. 그의 이름은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출신의 반체제 인사였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FSB 수장으로 있던 1998년 FSB의 반정부 인사 암살 음모를 폭로한 후 2000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2002년 펴낸 에서 30명의 사망자를 낸 1999년 모스크바 아파트 폭파사건도 알려진 것처럼 체첸분리주의자의 소행이 아니라 푸틴의 짓이라고 폭로했다. 푸틴은 자작극을 한 뒤 체첸에 책임을 묻겠다며 사건 발생 2주 만에 제2차 체첸전쟁을 일으켜 승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0년 대선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 경찰이 발표한 리트비넨코의 사인은 놀랍게도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 중독이었다. 폴로늄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수반의 사인으로 최근 새롭게 조명되는 물질이다.

영국 경찰은 리트비넨코와 녹차를 함께 마신 러시아 실업가 안드레 르고보이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옛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르고보이가 러시아 정부의 사주를 받고 그를 암살하기 위해 폴로늄을 녹차에 몰래 섞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르고보이를 비호하며 신병을 인도하지 않았다. 물증이 부족했던 영국은 러시아 외교관 추방이라는 강수를 두며 사건 해결 의지를 보였으나 사건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BBC방송은 영국 정부가 리트비넨코 사건을 내년 초 재조사한다고 21일 보도했다. 미망인 마리나 리트비넨코의 요구를 수용해 러시아 정부의 개입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조사 재개 소식에 영국과 러시아의 불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리트비넨코가 사망할 때와 마찬가지로 푸틴이 현재 러시아 대통령으로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영국의 조사를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BBC는 "재조사가 양국 관계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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