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길 발행ㆍ236쪽ㆍ1만7000원
그는 여전히 불온하다. 아직도 우리를 선동한다. 현실에서는 공산주의를 폐기 처분시킨 21세기도 그의 <공산주의 선언> 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19세기에 쓰인 가장 영향력 있는 텍스트"라는 평가를 거두지 못 한다. 칼 마르크스. 공산주의>
영국 신좌파의 적통을 잇고 있는 영문학자 테리 이글턴(69)이 작심하고 쓴 책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가장 표준적인 비판을 반박할 요량으로 썼다"는 서문의 언표가 그를 뒷받침한다. 마르크스주의에 가해진 중대한 의문 10가지를 내세우고 그에 대해 반박하는 서술 방식 덕에 정교한 인터뷰를 읽는 듯 하다.
"자본주의가 영업을 계속하는 한 마르크스주의도 그럴 수박에 없다." 책의 대전제다. 노학자의 결기가 읽힌다."한 줌의 초국적 기업들이 가장 손쉬운 이윤을 추구하여 이 행성 곳곳에 생산과 투자를 배분"하는 현실은 엄청난 결핍과 착취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 예찬서는 아니다. 공산주의의 필연적 도래를 주장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역사 이론이 결국 "세속화된 섭리나 운명에 불과하다"며 비판하는 대목이나, 공산주의를 완벽한 유토피아처럼 묘사한 것을 두고 "인간 본성을 너무 쉽게 믿은 데서 기인한 놀랍도록 순진한 발상"으로 갈파하는 대목이 좋은 예다. 때로 몰강스러움마저 느껴지는 이유다.
미디어, 사이코패스, 중간계급의 이데올로기로서의 페미니즘 등의 개념과 사례까지 마르크스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적소에 배치하는 서술 방식 덕에 마르크스는 현존하는 인물처럼 묘사된다.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이 도처에서 확인된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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