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본에는 강경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른 나라에는 우호와 선린을 강조한 양면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 부주석은 21일 광시(廣西) 장족(壯族)자치구 난닝(南寧)에서 열린 '제9차 중국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비즈니스 투자 정상회의 및 2012 중국ㆍASEAN 자유무역지구 포럼'에서 "중국은 우호 담판을 통해 이웃 나라와의 영토, 영해, 해양 권익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갈등이 고조된 민감한 시점에 나온 이 발언은 액면 그대로만 보면 일본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도 전날 적당한 시기에 중국 지도자와 회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중일수교 40주년 행사가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전해지면서 협상 국면이 전개되고 중일 갈등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전후 문맥과 행사 성격을 감안할 때 이 발언은 중국과 ASEAN의 우호와 선린을 강조한 것일 뿐이란 지적이 많다. 시 부주석의 개막식 치사의 제목은 '서로 손을 잡고 협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실현하자'는 것이었다. 그 대상은 물론 ASEAN 국가다. 그는 "우리는 줄곧 화목하게 지내며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켜 왔다"며 "중국과 ASEAN 지도자가 친척처럼 왕래할 정도로 밀접하게 소통하며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부주석은 이어 "평화로운 발전을 견지하기 위해 이웃 나라들과 잘 지내며 주변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 중국의 외교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다투지도, 패자를 칭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세계 평화를 통해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스스로의 발전을 통해 세계 평화를 지키는 것이 바로 중국 평화발전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시 부주석의 취지는 중국의 팽창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를 방문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전날 "영토 문제에선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하고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이날 "일본의 선점은 사실상 댜오위다오를 훔친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강경 기류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결국 중국은 일본에 강경론을 견지하면서도 다른 나라들과는 중국 경계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선린정책을 강조하는 두 가지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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