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측은 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툭하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인용했다. 재임 중 경제와 외교에서 성과를 못 낸 카터보다도 오바마가 못하다는 식이었다. 이런 롬니에게 화가 난 사람 중 카터의 손자 제임스 카터 4세(35ㆍ사진)가 있었다. 할아버지를 존경한 그는 롬니가 경영자로 있던 당시 베인캐피털의 의혹을 파헤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롬니와 공화당을 검색하는 게 취미처럼 됐다. 그러던 8월 말 롬니의 베인캐피털이 중국에서 한 일과 관련된 2개의 짤막한 비디오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올라왔다. 이상한 느낌이 든 카터는 비디오를 올린 '앤 오니머스'를 추적, 그와 트윗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롬니의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터는 이어 진보잡지 마더 존스의 워싱턴 사무소장 데이비드 콘과, 온라인 뉴스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이 사실을 알렸고 콘이 4주간의 설득 끝에 49분짜리 문제의 동영상을 앤 오니머스로부터 건네 받는데 성공했다. 5월 17일 정치모금 행사장에서 나온 롬니의 문제 발언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플로리다주 한 기업인의 집에서 열린 모금 행사는 참가비가 5만달러나 됐다.
무직인 카터는 이번 일로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트위터에 '구직 중'이라고 올리자 오하이오주의 민주당은 '당장 내일부터 일하자'고 트윗했다. 카터는 이날 자신이 롬니의 동영상을 찾아내기까지 이야기를 적은 이메일을 할아버지 카터에게 보냈다. 손자 카터는 이메일에서 이번 일을 엄청난 선거 소식, 자신의 최대 역작이라고 불렀다. 할아버지 카터는 18일 아침 일찍 손자에게 답신을 보냈다. "제임스, 대단한 일을 했다. 축하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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