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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 장애인은 안돼" 시설 입소 막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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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 장애인은 안돼" 시설 입소 막는 지자체

입력
2012.09.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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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김모(20)양은 부모의 건강이 좋지 않아 12세 때부터 서울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했다. 2009년 홀로 된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경기 이천시의 노인요양원에 입소했다. 계절마다 아버지가 딸을 보러 먼 길을 오면 김양은 불편한 다리로 벌떡 일어나 달려가 안겼다. 지난 2월 아버지는 딸을 자주, 편히 볼 수 있도록 가까운 이천시의 장애인거주시설로 김양을 옮기려 했지만 이천시청은 김양이 이천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소 불가'를 통보했다. 김양이 있는 시설 관계자는 19일 "얼마 전에도 김양의 아버지가 전화해 '딸이 보고 싶다'면서 한참 우셨다"며 "지자체 이기주의 때문에 장애인은 국민의 기본권인 거주 이전의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고보조사업이던 장애인복지사업이 2005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면서 지자체가 타 지역 장애인의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밀착형 복지 제공이라는 지방이양의 명분이 무색하게도, 지자체들은 거주지나 출생지를 이유로 입소를 거부하고, 시설 신설도 피하고 있다.

현재 230개 시군구 중 65개(28.2%)에는 아예 장애인거주시설이 없지만 다른 시군구 시설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들이 편법으로 위장전입을 하는 일이 생기자 '거주 6개월 이상'이라는 규정을 추가한 지자체도 등장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시설 신설 예산을 확보해놓고 있지만 지자체가 신청하지 않아 계획 대비 설치율은 51.4%(2007~2009년)에 불과하다.

복지부의 사업 운영 가이드라인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1,2급을 중증으로 분류해 장애인 4.7명당 2명의 생활지도원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1급만 중증으로 분류하는가 하면, 복지부는 64시간까지 생활지도원의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토록 하고 있지만 20시간만 인정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생활지도원의 연간 임금(10호봉 기준)이 최대 669만6,000원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중구난방이다.

지자체들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지자체의 예산분담률은 30%였으나 사업 이양 후 60~70%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 중앙 정부는 대신 지자체에 내국세 일부를 분권교부세로 지원하지만, 지자체들은 장애인사업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들의 무관심은 "장애인이 선거 때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과 총리실은 이미 2008년부터 중앙 정부로의 사업 환원을 권고했고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를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계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총장은 "시설에 있는 중증 장애인은 약자 중에서도 약자인데 지자체에 복지사업을 떠넘겨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예산 증액도 중요하지만 지자체 별로 중구난방인 복지사업에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88체육관과 보신각에서 모두 7,000명이 모여 이 같은 요구사항을 주장하는 '장애인 복지정책의 혁신을 위한 장애인 복지사업 중앙환원 촉구대회'를 열 예정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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