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마니아'인 김선화(34∙여∙서울)씨는 올 여름 휴가지로 부산을 택했다. 이미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경험했던 김씨는 갈맷길 도보여행과 해수욕장 피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마음으로 지난달 중순 부산을 찾았다. 하지만 김씨는 5일 간의 휴가 일정을 모두 갈맷길에 빼앗겼다. 그는 "걷는 동안 해수욕장은 까맣게 잊을 정도였다"며 "갈맷길은 해양도시만의 멋진 풍경에다 지칠 때마다 땀을 씻어주는 해풍의 매력이 색달랐다"고 말했다.
부산의 갈맷길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해 한층 건강한 삶을 누리자는 '힐링' 개념이 확산돼 걷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힐링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갈맷길은 9개 코스 263.8㎞에 달한다. 특히 모든 구간이 단절되지 않고 순환코스다. 또 소요시간, 거리, 노면상태, 경사 등을 감안해 코스를 상·중·하로 등급화해 편의를 더했다. 해운대 문탠로드로부터 동백섬, 이기대공원 등 해안가로 이어지는 제2코스(약 6시간 소요, 난이도 하)의 경우 지난 4월 부산의 슬로시티 관광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는 2009년 '걷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면서 올레길과 둘레길,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 등을 사례로 본격 연구에 착수, 2010년 21개 코스를 발표했었다.
하지만 단절구간으로 인한 코스별 연계성이 부족하고 코스 명칭도 통일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단절구간 없이 외곽을 순환하면서 부산 전역을 트레킹할 수 있도록 코스를 조정한 것이다.
갈멧길이란 이름은 '갈매기가 노는 길'이라는 뜻과 짙은 초록색을 칭하는 '갈매빛'의 중의적 의미가 함축됐다
갈맷길이 인기를 끌면서 부산을 주 무대로 한 '걷기 동호회'가 인터넷 공간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투어에 나서 체험기와 사진 등을 올려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인기 추세에 힘입어 항공사진을 이용, '갈맷길 700리' 구석구석을 담아낸 지도를 제작∙배포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지도에는 코스별 명소 소개, 도시철도·버스 등 교통편,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물론 코스별 거리, 소요시간, 경사 분석도 등을 표시, 이용자들이 자신에 맞게 투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코스별 지역축제 현황, 맛집, 숙박업소 등 정보도 담았다.
이와 함께 종합안내판, 이정표 등 시설을 추가 설치하거나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특히 시는 갈맷길을 지역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코스 내 명소를 활용한 템플스테이와 섬투어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갈맷길 축제'도 열고 있다.
시는 또 제주 올레길 부녀자 피살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갈맷길에 대한 안전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정부 특별교부세 10억원을 활용해 갈맷길 전역에 방범용 CCTV를 설치키로 하고 유사 시 위치 파악을 위해 안내이정표마다 일련번호를 부여,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이정표 일련번호를 통보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갈맷길에는 바다와 강, 산이 어우러진 부산만의 매력과 함께 지역 역사성도 고스란히 녹아있다"며 "갈맷길이 시민들에게'힐링'의 즐거움을 주고, 전국의 걷기 마니아가 가장 선호하는 명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