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지 20일로 한 달째를 맞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요즘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악재에 캠프 주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역사인식 논란이 벌어져 포인트를 까먹더니 측근 비리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야권 주자들은 단일화 이벤트로 본격적으로 손님을 끌 태세인데 박 후보 쪽에선 내놓을 흥행 카드가 마땅찮다. "삼각 파고를 만난 격" "트리플 악재를 만났다" 등의 우려 목소리가 캠프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시작은 좋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 등 파격적 국민대통합 행보를 선보였고, 대체로 성공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유신ㆍ인혁당 사건 등 역사인식 문제로 논란을 빚으면서 발걸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경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19일엔 송영선 전 의원이 박 후보를 거론하며 한 사업가에게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송 전 의원과 한 사업가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에 따르면 송 전 의원은 "12월 대선에서 6만 표를 얻으려면 1억 5,000만원이 필요하다"등의 발언을 했다. 송 전 의원이 주변부에 머물긴 했지만 줄곧 친박계를 자처해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도 터져 나왔다. "박 후보는 늘 정치쇄신을 얘기하더니 측근들은 왜 그 모양이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전날 박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처음으로 지지율을 추월 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마당이다.
물론 측근 비리 의혹을 제외하곤 어차피 예상됐던 악재들인 만큼 담담하게 대처하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측근은"최근 악재들이 대통령 후보로서 박 후보의 자질이나 리더십에 의문을 갖게 하는 흠결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만 과거사 문제는 타이밍을 봐서 털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빈발하는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선 "그럴수록 정공법으로 가자"는 의견이 많다. 더 큰 목소리로 정치 쇄신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정치쇄신특위에 참석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잇단 측근 비리 의혹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회의에서 "근거 없는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왜 이렇게 확산되는지 정말 안타깝다"며"쇄신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고 정옥임 정치쇄신특위 위원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후보는 또 "당에 식구들이 많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며 고뇌를 피력했다고 정 위원은 덧붙였다.
아울러 박 후보는 금주부터 정책 행보를 통해 각종 악재에 대한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 핵심 인사는 "박 후보는 추석 연휴 이전에 국민의 삶에 와 닿는 구체적 정책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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