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54) SK 감독은 평소 기자들에게 "우리 팀에는 가을 DNA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감독의 '뼈 있는 말'처럼 SK는 날씨가 선선해질 때면 신바람을 냈고 팀 성적 역시 상승곡선을 탔다. 실제 SK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팀이다. 선수들 스스로가 9월은 한 해 농사가 달린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SK가 25일만에 2위를 탈환했다. SK는 19일 부산 롯데전에서 7-0 승리를 거두고 2위로 올라섰다. 시즌 63승(3무53패)째를 따낸 SK는 3위 롯데(62승6무53패)에 0.5경기 차로 앞섰다. 또한 부산 원정 4연승도 이어갔다.
SK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빛났다. SK는 2회 1사 2∙3루에서 7번 정상호의 유격수 땅볼로 선제점을 뽑았다. 타선이 1점을 뽑아주자 선발 윤희상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6회 들어 윤희상이 갑자기 난조를 보여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이만수 감독은 지체 없이 윤희상을 내리고 '믿을맨' 박희수를 투입했다.
박희수는 5번 박종윤을 2구 만에 3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한 뒤 6번 조성환까지 투수 땅볼로 쉽게 잡아냈다. 동점 내지 역전으로 내몰릴 위기였지만 홀드왕다운 배짱 피칭으로 상대타선을 틀어 막았다. 위기에서 벗어난 SK는 곧바로 이어진 7회초 공격에서 롯데의 실책을 틈 타 2점을 추가해 승기를 잡았다. 박희수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여유를 찾은 SK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최정이 쐐기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4점을 더 뽑아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반면 롯데는 타선이 침묵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4연패에 빠져 홈에서 SK에 2위를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안방마님인 강민호의 부상 공백 또한 이날 크게 느껴졌다. 용덕한이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등 투지를 불살랐지만 승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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