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9일 일본을 향해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는 잘못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13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부주석이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일부 정치세력이 이웃 나라와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 끼친 전쟁의 상처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도가 더 심해져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면서 섬(센카쿠열도)을 사들이는 웃기고 황당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81년 전 중국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9ㆍ18사변(만주사변)을 일으켰고 일본 군국주의는 중화민족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 큰 재해와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시 부주석은 “그랬던 일본이 지금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까지 부정해가면서 이웃 나라와의 영토 분쟁을 더 격화시키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의 성과를 부정하는 일본의 기도와 전후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짓거리를 절대 용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각별히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 주권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되며 모순과 정세를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중국의 미래 권력인 시 부주석이 일본을 사실상 파시스트 집단으로 표현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일본을 편들지 말고 자중할 것을 훈계하듯 요구함에 따라 미중일 3국의 관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패네타 장관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영토 분쟁에선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는 회담 후 두 사람이 북한 문제에서부터 해상 영유권 분쟁까지 다양한 사안을 두고 1시간 이상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발표했다. 패네타 장관이 시진핑 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 미국과 외교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북한을 부추겨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5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을 취소하며 잠적했던 시 부주석이 15일 활동을 재개한 후 외빈을 만난 것은 패네타 장관이 처음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