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이 생기는 게 싫어 결혼도 안 한다던 여자. 원했던 대로 ‘능력 있는 고아’를 만나 결혼에 골인했지만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남편이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았다. 깐깐한 시할머니에, 오지랖 넓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시어머니, 성질 더러운 시누이 셋까지 갖춘 ‘시월드’(시댁) 얘기를 풀어간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9일 시청률 45.3%(AGB닐슨)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2월부터 반 년 이상 이 드라마의 대본을 집필한 박지은(36) 작가를 1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방송이 끝나고 거의 일주일을 “뻗어 있었다”고 했지만 갈라진 목소리에서는 아직도 피곤함이 묻어났다.
그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50부작이 넘는 주말드라마를 쓰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미니시리즈를 준비하다가 KBS에서 주말극을 제안했는데 아직 제가 부족한 것 같아 거절했어요. 물론 욕심은 났었죠.” 거듭된 제안에 못 이기듯 승낙할 때쯤 기억 한 켠에서 좋은 소재가 떠올랐다.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 ‘꼭 한 번 만나고 싶다’(MBC) 작가시절, 만남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던 생각이 큰 도움이 됐어요.”
드라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30년째 찾고 있는 여성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구체화 됐다. 어머니의 애틋함을 악용해 돈을 노리고 접근한 사기꾼, 유전자 검사결과 모자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안타까움 등이 오롯이 녹아 들었다.
아무리 탄탄한 구성이라도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배우와 연출력이 뒷받침 돼야 할 터. “강부자 장용 윤여정 선생님 모두 자리를 지켜주시기만 해도 빛이 나는 배우들이시고, 이희준 조윤희 오연서씨 등 다른 분들도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잘 소화해 주셨어요. 김형석 감독님은 제 의사를 거의 100% 존중해 주셨고요.”
특히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2009) ‘역전의 여왕’(2010)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남주에 대한 애착은 각별했다. 배역에 대한 이해는 물론, 촬영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선후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는 것. 그는 김남주를 “매우 영리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남자 주인공을 맡은 유준상에 대해서는 “극중 귀남이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생활 태도가 바르고 에너지로 충만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전수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 4)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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