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20-50클럽에 진입했다. 불과 50여 년 전 국민소득이 100달러 이하였던 우리가 이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 같은 자랑스러운 성과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정책들도 중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자산들을 보호할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좁은 국토에 인구 5,000만이라는 것은 그만큼 인구밀집지역이 많다는 것이고 부존자원도 없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는 것은 우리의 생명줄 같은 발전소, 항만, 공항 등 기반시설과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시설들이 전 국토에 산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의 자산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대책이 수립되어 있는지를 심각하게 챙겨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로부터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 3,000Km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100기 이상의 발사대와 1,000발 이상의 미사일이 언제라도 발사 가능한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에 까지 성공한다면 미사일 방어체계야말로 우리 국민의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가 될 것이며 우리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아직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는 것 같다.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논의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방어망을 어떤 무기체계들로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실질적인 문제보다 미국의 MD체계에 연동되어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거나 미국의 패권주의에 종속 될 수 있다는 등 우리의 생존권 확보라는 본질을 벗어난 채 엉뚱한 논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대탄도탄 방어태세는 한마디로 거의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탄도탄 작전을 종합 통제할 작전통제소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은 독일에서 도입한 중고품 패트리어트-PACⅡ를 수도권 일부 지역과 주요 전술기지에 배치해 둔 것이 전부이다.
4월 북한의 장거리 탄도탄 발사시험 때 해군 이지즈함의 SM-2체계 레이더로 발사체를 포착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따라서 이지즈함이 미사일 요격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탄도탄 하층방어는 기본적으로 날아오는 탄도탄의 정면 좌우 제한된 각도 범위 내에서만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해나 서해에서 수도권이나 내륙으로 날아오는 탄도탄을 탐지할 수는 있어도 측면에서 요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국방부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M-SAM)인 천궁 개발을 완료하고 2015년부터 실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천궁은 항공기 요격용 미사일 이지만 향후 탄도탄 요격용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탄도탄 요격능력 개발에는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따를 뿐 아니라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40Km 정도에 지나지 않아 군사기지 등 지점방어는 가능해도 지역방어에는 많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북한은 엄청난 양의 미사일들을 실전배치해 우리의 전 국토를 사정권에 두고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의 방호 태세는 너무나 부실한데다 이를 발전시킬 중장기 대책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탄도탄방어체계 구축에는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고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다.
예산만 배정하면 확보 가능한 패트리어트-PACⅢ를 비롯한 중·장거리 요격 미사일의 도입부터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며 탄도탄 작전통제소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국가 차원의 탄도탄 방어체계 구축을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탄도탄방어 작전과 적 탄도탄기지에 대한 공격작전을 연동해 효율적인 작전이 가능하도록 일원화된 지휘통제체계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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