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저소득층 비하 발언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롬니는 자신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전략을 바꿔 18일 발언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정부의 역할과 소득분배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롬니의 생각은 현재로서는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의 저소득층 비하 발언은 전날 공개된 몰래 카메라 동영상에서 롬니가 "국민 47%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며 이들을 무임 승차자로 무시한 것을 가리킨다.
동영상 폭로로 비상이 걸린 공화당은 거의 내분으로 치닫고 있다. 11월 6일 대통령 선거일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인들은 롬니 마케팅의 역효과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공화당의 스코트 브라운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린다 맥마흔 상원의원 후보(코네티컷)는 롬니를 비판하며 거리두기를 선언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기관지로 불리는 위클리 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톨 편집장은 '멍청한 발언'이라며 잠재적 지지세력을 적으로 돌린 롬니를 비난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이번 발언을 승기를 굳히는 계기로 삼기 위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오바마는 이날 CBS의 심야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해 "대통령은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국민 47%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롬니를 공격했다.
진보잡지 마더 존스는 전날 공개된 57초짜리 동영상의 분량이 너무 적어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롬니 측 주장에 따라 49분 동영상 전체를 공개했다. 그러나 새로 공개된 동영상이 롬니의 외교ㆍ안보 정책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동영상에서 롬니는 "대통령은 목소리만 크고 아주 작은 채찍(강경책)을 들고 있다"며 오바마를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발표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그런 위협에도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롬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평화에 관심이 없다"면서 "이들을 움직이게 하려고 이스라엘에게 뭔가 양보토록 하는 것은 가장 나쁜 생각"이라고 이스라엘만을 편들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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