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집값 하락으로 고통 받는 주택담보대출자) 해법이 중구난방이어서 상심한 주택소유자들의 마음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시행 주체가 될 은행권은 물론 금융당국간에도 의견이 갈리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또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되고 있다. 의견조율도 지지부진해 자칫 말의 성찬만으로 끝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대출자의 집을 은행에 신탁 형태로 맡기고 낮은 금리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의 '세일앤드리스백'(매입 후 재임대) 제도를 독자 시행한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갖가지 하우스푸어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가장 소극적인 입장이다. 고점 대비 전국 평균 집값이 아직 크게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굳이 정부가 나설 시점은 아니며, 우리금융의 방안은 다른 은행들이 이미 시행중인 대출금 상환 유예조치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이날 "지금은 각 은행 별로 원리금 상환을 원활히 할 방안을 강구할 시점"이라고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반면 금융당국의 다른 한 축인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는 적극적 입장이다. 권혁세 원장은 지난주 "우리금융 방안이 취지는 좋지만 대상이 너무 제한돼 은행권 공동으로 하거나 외부 투자자를 모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금융당국간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자 권 원장은 이날 "실태 파악이 우선이며 당장 당국이 나설 생각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으나 실무진에서는 여전히 공동시행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국들 사이에 입장이 갈리자 우리금융을 제외한 개별 은행들은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은행권 공동 시행에 긍정적이던 국민은행은 은행들이 함께 수십조원을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든 후 하우스푸어 주택을 신탁 받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지금은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구체적 지시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아직 은행간 논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은 "리스크 처리에 대한 협의 없이 공동대응 방안이 실행되기 어렵다"(하나) "각 은행이 상황에 맞게 진행할 사안"(신한)이라며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앞둔 여당은 공공 부문 참여를 추진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자산관리공사 기관이 하우스푸어의 주택지분 일부를 사들여 대출원금을 낮춰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직접적인 재정 투입만 아닐 뿐 결국 준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이어서 정부 방침에 어긋난다. 게다가 구체적인 대상자와 집값 평가 등 시행과정에서의 현실적인 장애도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논의되는 모든 대책이 ▦집 없는 서민 대출자와의 형평성 ▦대상자 선정 기준과 집값 추가 하락시 손실부담 ▦재원의 지속가능성 등 해결하기 힘든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채무자, 은행, 정부가 고통을 분담하는 새로운 타협안이 나오지 않는 한 현재의 하우스푸어 대책 논의는 계속 겉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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