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출장을 다녀온 청송에서 간만에 단잠을 잤다. 왜였나, 왜였나, 생각해보니 그 잠자리가 글쎄 한옥이었던 거다. 가난한 시인 주제에 어릴 때부터 왜 그렇게 주거지 욕심이 있었던지, 그중에서도 마당 있는 한옥을 꿈꾸는 날 가리켜 전생이 종년이었던 게 분명하다고 선배들은 놀리기도 했었지.
생일선물로 맷돌이나 댓돌이나 대청마루의 한 평이거나 뒤주 같은 걸 사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안국동이나 옥인동 같은 동네는 아니더라도 한 시골마을의 한옥방에 드러누워 있자니, 또 사실 할 일이 잠자기밖에는 없기에 꿈도 안 꾸고 피로를 풀었는지 모르겠다.
텔레비전도 없고 책도 없고 그저 창호지로 바른 문 앞에 누워 도란도란 부부는 얘기 끝에 잠이 들었겠지. 잠을 자며 만질 거라고는 서로의 몸밖에 없기에 사랑을 나눈 끝에 주렁주렁 아이들을 낳았겠지. 그래서 우리 어른들 먹고살기 빠듯했으나 다음날 아침 빨딱빨딱 일어나 논과 밭을 부지런히 오갔겠지.
밥맛도 좋고 살맛도 났겠지. 그렇다면 나의 불면은 이 작은 방 한 칸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욕심 때문에 빚어진 어둠이려니. 밤이 되면 자야 하는데 매번 침대 위로 읽지도 않을 책과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한 일감들을 줄줄 던져놓고 울기 직전의 얼굴로 쳐다보곤 하던 습관 때문에 귀신이 내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던 꿈을 그리 꾸었던 게 아닌지. 아 또다시 이놈의 가지가지 집타령!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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