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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큰손' 국민연금, 의결권 논란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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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큰손' 국민연금, 의결권 논란 재연?

입력
2012.09.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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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10대 그룹 계열사 지분율이 사상 처음으로 총수일가 보다 많은 4%대를 돌파하면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바람과 맞물려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시민단체 등에선 국민연금에 대해 '큰 손이 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하지만, 재계는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에 맞물려 반발하는 모습이다.

19일 재계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기준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93곳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올해 6월말 기준 평균 4.14%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시점(3.66%)에 비해 0.4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10대 그룹 총수 일가 지분율은 2.08%에서 1.98%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국민연금 지분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기업 주식투자 비중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 안전자산인 대형 우량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규모는 올 연말 396조원을 넘어서면서 일본의 공적연금(GPIF), 노르웨이의 글로벌펀드연금(GPFG)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올라서게 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말 17.8%였던 국내 주식 투자비중을 올해 말 19.3%, 2013년 말 20.0%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기금 규모 증가와 주식투자 비중 확대 등을 고려하면 대기업 지분율은 자연스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이다. 종전까지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사실상 의결권행사를 자제(섀도우보팅)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주도로 의결권 행사확대가 추진되다가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장기과제'로 넘어간 상태다.

물론 과거보다는 국민연금이 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건설 이사 선임안은 '기업가치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제철 사외이사 선임안에는 '과도한 겸임'을 들어 각각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과 시민단체 등에선 경제민주화 논의와 맞물려 재벌오너의 경영권 남용을 제한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5%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에 대한 주주권 및 사외이사추천권 행사 의무화 등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통합당도 경제민주화실천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연기금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입법안을 준비 중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3월 하이닉스 반도체 임시주총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최태원 SK회장 이사선임에 대해 중립 표결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의결권 행사 지침과 기준을 구체화 해 재벌 총수 독단 경영 등을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공적 연기금인 만큼, 의결권 행사를 확대할 경우 사실상 정부가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의 신사업 투자 결정이나 지배구조를 간섭하겠다는 구상은 국민연금 고유의 역할에서 벗어난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구성상 정부가 임명한 사람이 많아 주주권 강화가 정부 정책 목표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정치권의 입김으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거나 '재벌 때리기'에 악용된다면 경영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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