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가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올 시즌이 끝나면 류현진 선수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제도)을 통한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문제는 이 제도가 두 시즌을 더 뛰어야 주어지는 FA(자유계약선수)와는 달리 자격일 뿐 권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구단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면 류현진의 포스팅은 시도조차 될 수 없다. 작년에 비슷한 상황을 맞았던 기아 타이거즈 투수 윤석민 선수 역시 구단의 만류로 잔류한 바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꽤 적극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욕심을 피력하는 중이다. 야구 전문가들도 류현진의 스타일은 일본 프로야구(NPB)보다 메이저리그에 더 어울린다고 말하고 있다. NPB든 메이저리그든 한국 야구보다 수준도 높지만 또한 리그 적응 문제가 격차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쪽에 욕심이 있고 스타일도 맞다면 굳이 두 번 적응하는 것보단 스스로 공언하는 대로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한화 이글스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물론 부상만 없다면 일 년에 200이닝을 던질 수 있는 '리그 에이스'를 포기하는 선택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류현진은 데뷔 후 7년 간 한화 이글스는 물론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데 막대한 기여를 해왔다. 선수 개인의 장래를 위해 구단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2007시즌 이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고 하위권에 맴도는 한화 이글스의 '암흑기'에 류현진 선수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미 어린 나이에 많이 던진 류현진이 FA까지 두 시즌을 더 뛰면 사실상 메이저리그 도전은 어려워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투수의 사례가 나오느냐 여부가 사실상 한화 구단의 선택에 달려 있는 셈이다.
나는 한화 이글스가 적어도 포스팅까지는 허락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리그 에이스'의 입찰금액이 현저하게 적으면 자존심이 구겨진다는 시선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그보단 수준이 낮다는 건 모두가 안다. 포스팅을 허락하는 건 섬세하게 살펴본다면 한화 구단 입장에서도 이득이 될 수 있다. 입찰금액이 높다면 류현진의 장래를 열어준 후 다른 선수를 사올 수 있을 것이고 금액이 불만족스러울 경우엔 그와 다시 협의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런 과정도 거치지 않고 '포스팅 불가'를 선언한다면 다음 시즌 선수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힘들 수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희망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상황에선 더욱이 그렇다.
사실 구단의 실리를 따져봐도 좀 더 섬세한 맥락을 살피면 다른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 설령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하더라도 냉정하게 생각해볼 때 리그에서 오래도록 활약할 만큼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확률적으로 볼 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몇 시즌을 뛰다가 한화 이글스로 돌아올 수 있다면, 구단의 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FA 이후 그를 NPB에 보내는 것보단 차라리 나을 수 있다. FA를 염두에 둔다 해도 선수와의 인간적 관계에도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이 송진우나 정민철이나 구대성을 굴렸던 90년대도 아니고, 류현진 한 명을 잡아봤자 한화가 수십 승을 더 거두는 것은 아니다. 만일 정말 그를 잔류시키겠다면 구단 성적을 담보할 수 있는 납득할 수 있는 투자방안을 제시하는 게 옳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권리는 구단에게 있다. 팬들의 의견도 분분할 것이고 선택에 따른 환호와 비난 역시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그러나 적어도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 문제를 후임 감독의 선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류현진의 도전은 다른 누구 아닌 전적으로 구단의 양해 하에 가능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의 오랜 팬으로서 류현진 선수의 멋진 도전을 희망하는 바다.
한윤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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