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대선 출마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밝힐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이 집권 어젠다를 명확히 제시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에 기여하겠다' 식의 모호한 간접 화법을 내놓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있다.
안 원장 측은 회견 형식에 대해 "안 원장이 준비한 발표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담백한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한 프리젠테이션 등은 없으며 캠프에 합류하는 인사를 소개하는 시간도 없다고 한다. 거창한 대선 출정식이라기 보다 통상적인 기자 간담회 성격이 짙은 것이다.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밝힐 발표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발표문에 담길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이날 스스로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회동하고 5ㆍ18 묘역을 참배한 데다 측근들도 캠프 실무팀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 등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 원장 측은 또 그간 접촉해 왔던 인사들에게 행사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이날 회견에서 안 원장 지원 세력의 일단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더러 안 원장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안 원장의 대선 출마나 집권 의지가 여전히 약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안 원장이 최고의 우군 격인 박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뚜렷한 출마 결심을 밝히지 않은 것이 단적인 근거다.
박 시장은 "안 원장이 출마 쪽으로 정리한 듯한 느낌은 받았으나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며 도와달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안 원장에게 "서울 시장 선거를 해보니 선거를 경험한 정당 인력이 필요하더라"며 우회적으로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권유했고, 안 원장이 이를 경청하는 정도의 얘기만 나눴다고 한다.
대선을 준비할 수준의 조직적인 세 불리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것도 의아함을 낳는 배경이다. 이날 행사 참여를 요청 받은 한 교수도 "회견 내용이 뭔지 전혀 모르며 캠프 합류 제의를 받은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이처럼 자신의 결심을 주변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은 안 원장이 지난 5월 부산대 강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 누구의 입을 통해 어떻다는 것은 믿지 말라"고 말한 데 따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결심을 본인이 직접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약속에 따라 회견 전까지 극도로 입단속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이 또다시 모호한 입장을 내놓으면 거센 역풍이 불 수 있어 더 이상 결심을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 원장이 출마 결심을 밝히면 주변 인사들도 그 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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