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경북 영덕군 삼읍리의 한 야산. 8일 전 영덕읍 A노래연습장에서 부녀자를 납치한 피의자 수색이 한창이었다. 수색을 벌인 지 불과 2시간 40분 만에 '킁킁' 거리며 주변을 탐지하던 셰퍼드 한 마리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일직선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수풀을 헤치며 달려간 개가 멈춘 곳에는 피의자 이모(61)씨가 숨진 채 누워있었다. 이 셰퍼드는 경찰이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체취증거견' 6마리 중 하나. 경찰 관계자는 "7월 통영 초등생 납치ㆍ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그 동안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 울산 자매 살인사건 등 여러 수색 현장에 투입된 이래 처음 거둔 성과"라고 설명했다.
체취증거견은 범죄 현장에 있는 용의자나 피해자의 옷가지 등에 남아있는 냄새를 기억해 그 주인을 찾는 개로, 서울, 대구, 제주 등 전국 6개 지방경찰청에 각 한 마리씩 두고 있다. 그간 폭발물 수색ㆍ탐지견만 운영해오던 경찰이 사람을 찾는 현장 수색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사람 체취를 찾아내는 6마리의 탐지견을 구입해, 자체 훈련과 육군 훈련소 위탁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이미 체취증거팀이 꾸려져 범인 추적에서 검거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2월부터 3살짜리 '나로'(벨기에 말리노이즈종)를 맡아 훈련시키고 있는 서울경찰청특공대 소속 양희재(33) 경장은 "폭발물 탐지견은 특정 냄새만 파악하면 되지만, 체취증거견은 사건 때마다 서로 다른 체취를 맡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훨씬 까다로운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특정인의 체취가 강하게 남아있는 양말 한 켤레와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양말들을 섞어 놓고 구별하도록 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체취가 약하게 묻은 양말을 다른 냄새가 강하게 남아있는 다른 양말과 뒤섞어 놓고 찾아내게 하는 식이다. 양 경장은 "현재 현장에서 활약 중인 체취증거견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려면 1년 정도 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 체취증거견 6마리, 마약탐지견 2마리, 지도경찰 8명을 각 지방청 과학수사와 마약수사 부서에 배치할 것"이라며 "2015년 대전에 짓고 있는 경찰견 종합훈련센터가 완공되면 체취증거견을 추가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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