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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탐구] <3.끝> 참여정부 정책 입장 번복·주요정책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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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탐구] <3.끝> 참여정부 정책 입장 번복·주요정책 검증

입력
2012.09.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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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할 땐 언제고"… 한미 FTA·해군기지 말바꾸기 논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참여정부'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자 딜레마다. 이른바 '참여정부의 제2인자'로서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분명한 자기 반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문 후보의 입장이 참여정부 때와 달라졌다는 비판이다. 아울러 문 후보가 대선 정책으로 보편적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는 지난해 "현 상태로는 한미FTA 비준을 반대한다""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등의 언급을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참여정부가 2006년 2월 한미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2005년 4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본격 추진했을 때 문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이랬던 문 후보가 정권이 바뀐 뒤 야권 지지층에서 한미FTA 비준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총선과 대선 표를 의식해 말 바꾸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 들어 미국과의 재협상으로 참여정부가 받아낸 자동차 부문 이익의 75% 이상 후퇴했다"며 "지금 상태로는 비준에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선 "참여정부 때 결정됐고, (그 당시)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데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이명박 정부 들어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일관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도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두 사안모두 참여정부의 책임보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는 논리이다. 이에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는 비판이 비등했고, 당내 경선에서도 상대 후보 측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한미FTA는 비준됐으니 잘 이행해야 하지만, 독소조항은 재협상을 통해 없애거나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선 "국익상 필요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와 주민 합의에 기초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다소 온건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문 후보는 4ㆍ11 총선까지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것과 달리 대선 출마를 앞두고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6월 민주당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가 복지라든지 경제민주화만 중시하고 경제 성장을 후순위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성장과 선순환하는 복지, 복지와 선순환하는 성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라는 진보적 의제와 '성장'이란 보수적 의제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16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복지와 성장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17일 첫 대선 행보로 일자리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 ▦중소기업ㆍ청년 취업자에 대한 임금 보조, 사회보험료 감면 제공 ▦공공 부문ㆍ대기업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도입 등을 내놓았다.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고 분배를 강화해 서민ㆍ중산층의 구매력을 확대하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예고했다.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상생은 물론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기존ㆍ신규 포함),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 등이 주요 정책이다.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출총제 도입을 반대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비교하면 고강도의 재벌 개혁 정책이어서 대기업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 교육에 대한 투자와 보육 지원 등 대규모 사회적 지출이 필수적인데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는 부자감세 철회, 법인세 최고세율 조정, 슈퍼부자 증세 등을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010년 무상급식 도입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 리더십은 갖췄나

대통령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ㆍ중재하면서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권위와 정치력을 갖춰야 한다. 최고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과 국정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때문에 정치 경험이 짧은 문재인 후보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 후보의 리더십에 대해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우선 지인들은 대체로 진지하면서 부드럽지만 동시에 단호함과 강단을 갖춘 '부드러운 카리스마'리더십이라고 호평한다. 반면 국정ㆍ정치 경험이 풍부하지 않고 줄곧 2인자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리더십이 아닌 팔로워십(followership)이 몸에 배어 있다는 혹평도 있다.

일단 문 후보가 자신만의 리더십을 분명히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국정운영 경험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ㆍ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격적인 정치 경험도 지난해 말 민주통합당 창당 때부터 시작된 것이고 국회 경험도 기껏해야 반년 남짓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내외의 최고지도자들은 대체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주지사) 등의 경험을 갖고 있는데 문 후보는 국회의원 경험만 잠깐 한 셈"이라며 "문 후보가 청와대 참모로 훈련 받은 것이 이 같은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은 그의 리더십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한 측근 의원은 "경선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 네 자리 모두 비노(非盧) 인사들에게 맡겼지만 일절 잡음 없이 매끄럽게 운영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경선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목희 의원은 "리더십이 발휘되려면 여러 측면에서의 경험과 정치적 판단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해당사자들의 아픔과 고충, 바람을 이해하는 진정성"이라며 "함께 일하면서 누구보다도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물론 경선 때의 모습에 대해서도 "친노 진영의 일방적 지원에 기대지 않았느냐"(한 수도권 초선 의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아예 "청와대에 있을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그늘에서, 정치를 시작한 뒤에는 이 대표의 그늘에서 벗어난 적이 있느냐"(한 비노 진영 재선 의원)고 반문한다.

이는 문 후보의 교류 폭이 친노 진영에 한정돼 있고 그래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그는 청와대 재직시 언론이나 보수 진영 정치권 인사 등과는 사적인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권 입문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4ㆍ11 총선 당시 단 한번도 수도권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은 채 '낙동강 벨트'에만 머물렀던 것을 두고 한 당내 인사는 "전체 판세를 조망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문 후보는 본인의 최대 강점으로 참여정부 청와대에서의 국정 경험을 꼽지만, 사회적 갈등 현안을 무난하게 조정ㆍ중재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부안 방폐장 부지 선정, 화물연대 파업과 철도노조 파업, 천성산 터널공사 등의 사안에 적극 관여했지만, 하나같이 갈등의 골만 깊어진 채 끝을 맺었다. 그가 비서실장 때 핵심 내용들이 타결된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은 외교안보 부처와 사회ㆍ환경 부처 사이의 이견 조정에 한계를 보인 사례다.

그러나 문 후보의 리더십을 기존 정치권의 시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문 후보에게 '권력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건 여의도의 논리"라며 "지금은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함께 가자'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짧은 정치 경험이 한계를 보여줄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어질지는 대선까지 남은 91일 사이에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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