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민과 어민을 육성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이 인기 상종가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한ㆍ유럽연합(EU), 한ㆍ미 FTA 등 잇단 개방정책의 여파로 위기에 처한 농ㆍ어업 현실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 수시모집에선 고교 졸업예정자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농대의 문을 두드리는 등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농수산 강국들의 무차별 공세와 한중일 FTA 추진 등 지속적인 개방정책에 따른 산업 여건의 악화 속에서도 인기가 치솟는 비결은 뭘까.
수시모집 경쟁률 역대 최고인 4.53대 1
1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농대는 6~14일 2013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 원서 접수 결과, 234명 모집에 1,059명이 지원해 평균 4.5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경쟁률(4.52대 1)을 웃도는 역대 최고이며, 개교 이래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내년 신설되는 산림조경학과가 7.44대 1로 10개 학과 중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지원자 연령은 10대가 851명(80%)으로 가장 많았으나 30대(28명), 40대(14명), 50대(2명)도 있었고, 이미 대학을 졸업한 학사학위 소지자도 74명에 달했다. 한농대의 전체 입학(정시+수시)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2009학년도 2.47대 1이던 경쟁률은 2010학년도 3.45대 1, 2011학년도 4.15대 1, 2012학년도 4.54대 1로 해마다 높아졌다.
전액 국비 지원에 이론과 실습 병행
이처럼 한농대의 주가가 치솟는 이유는 뭘까. 우선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이 국비로 지원된다. 또 재학생 전부가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안정적으로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숙사비까지 무료다. 올해 연간 등록금 상위 20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844만6,700원. 따라서 기숙사비까지 포함하면 대학생 1인당 연간 1,000만원 넘게 지원하는 셈이다.
학년별로 이론과 실습이 조화된 교육과정도 인기 비결이다. 1학년생은 교양과 농수산업 전문지식을 중점적으로 배우고, 2학년은 대학이 아닌 국내외 200여 선진농장과 어장에서 실습교육을 실시한다. 현장의 경영기법 및 생산 노하우를 체험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한농대의 설명이다. 3학년은 영농(營農)ㆍ영어(營漁)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질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로, 지도교수의 1대 1 개별 지도가 이뤄진다. 이어 1년의 전공심화 과정을 이수하면 4년제 학사학위도 받을 수 있다.
졸업생 23%가 억대 순소득
졸업 후 전망도 밝다. 한농대에 따르면 전체 졸업생 2,558명 중 2089명(81.7%)이 농ㆍ어업에 종사하면서 대기업 직원 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10년 한농대 출신 농가의 평균소득은 6,516만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6,195만원)보다 높은 수치이며, 일반농민 평균 소득(3,212만원)의 2배를 넘는다. 특히 농업에 종사하는 졸업생의 23%는 1억원이 넘는 순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농대 관계자는 “역대 최고 지원자가 몰린 것은 학비 부담이 없는 대학 특성과 농업으로 성공하는 졸업생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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