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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했다 번복한 강도, 피묻은 안경 현장에 남겨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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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했다 번복한 강도, 피묻은 안경 현장에 남겨 덜미

입력
2012.09.1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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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에 떨어져 있던 피 묻은 안경. 범인에게는 치명적인 실수였던 반면, 수사기관에는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지난해 7월11일 오전 2시쯤 서울 강남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여대생 K(당시 19세)양이 괴한의 습격으로 영문도 모른 채 흉기에 수 차례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K양은 피를 2ℓ나 흘렸지만 일찍 발견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격자가 나오지 않아 수사는 한동안 미궁에 빠졌다.

그로부터 9개월 후인 지난 4월, 김모(49ㆍ무직)씨가 돌연 경찰을 찾아와 "한강시민공원에서 여자를 칼로 찔렀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의 자수로 수사는 다시 활기를 띠는 듯했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김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김씨는 "낯선 사람 한두 명이 네 차례 나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돈을 주며 허위 자수를 하라고 회유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무릎을 두 차례 정도 밟으면서 허위 자수를 강요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김씨는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진범의 협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건 직후 K양이 진술한 괴한의 외모가 김씨와 상당 부분 일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충분치 않았던 상황이었다.

이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안경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안경에서 검출된 DNA형이 김씨의 DNA형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DNA 신원확인 결과가 틀릴 확률은 2,800조분의 1에 불과하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K양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김씨의 안경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은 사건 직후 안경을 확보해 DNA 정보를 파악했지만, 전과자 DNA 기록 중에 일치하는 것이 없어 증거로 활용하지 못했다. 김씨는 전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염기창)는 18일 A양의 가방을 빼앗기 위해 수 차례 흉기로 찌른 혐의(강도살인미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늦게 발견됐다면 목숨까지 위험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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