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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니, 67초짜리 저소득층 비하 동영상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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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니, 67초짜리 저소득층 비하 동영상 파문

입력
2012.09.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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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50일 앞두고 몰래 카메라 동영상이 등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잡지 마더 존스가 17일(현지시간) 폭로한 동영상은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저소득층을 비하하는 연설을 비공개로 촬영한 것이다. 백만장자 30여명이 참석한 정치기금 모금행사장에서 한 롬니의 연설은 67초 분량만 공개됐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 동안 롬니는 미국 국민의 절반에 대한 냉소와 멸시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비디오 리크’로 명명된 이번 설화가 그렇지 않아도 수세에 놓인 롬니와 공화당을 위기로 몰고 있다.

동영상에서 롬니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47%를 ‘정부에 얹혀 사람들’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47%의 유권자들은 정부에 의존적이며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믿는다”면서 “이들은 정부가 자신을 보호해줄 책임이 있고 건강보험이나 식량, 주택(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힐난했다. 롬니는 “이들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들”이라면서 “나의 임무는 이런 사람들을 걱정하거나, 책임감을 갖고 자립하라고 설득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절반의 대통령이 돼 나머지 절반의 국민은 포기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더구나 국민 47%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롬니의 주장은 잘못된 ‘산수’로 알려졌다. 동영상과 별도로 공개된 음성파일에서 롬니는 “농담이긴 하지만 (부모가) 라티노였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히스패닉계의 낮은 지지율을 인종 문제로 해석했다. 그러나 히스패닉계에서 공화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롬니가 강경 이민법을 주장하기 때문이지 그가 백인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재 히스패닉계는 4년 전(67%)보다 더 많은 68%가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몰카는 제3자가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열린 행사에서 롬니의 연설을 몰래 촬영한 것이며 이를 찾아내 마더 존스에 제보한 주인공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 제임스 카터로 알려졌다.

롬니 측은 이날 밤 10시 긴급 회견을 열어 파문 확산을 막으려 했으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롬니는 몰카 속 발언을 부인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말한 것”이라며 “이번 발언이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 선거전략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산층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잣집 도련님’의 한계를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롬니의 솔직한 정치ㆍ문화적 생각이 엿보이는 동영상”이라고 비꼬았다. 오바마 선거캠프는 “미국인의 절반을 경멸적으로 무시하면서 모든 미국인을 대변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며 자질론으로 롬니를 공격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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