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9ㆍ18사변’으로 부르는 일본의 만주 침략 81주년인 18일 중국 전역이 반일(反日) 시위로 붉게 물들었다.
이날 시위는 만주사변(1931년 9월 18일)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오전 9시18분(현지시간) 시작됐다. 주중일본대사관이 자리잡은 베이징시 량마차오 지역에선 시위대가 한때 1만여명으로 늘어 왕복 7개 차로를 점거했다. 이 때문에 평소 차로 15분 걸리던 거리가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마오쩌둥(毛澤東) 초상 등을 앞세운 채 “국치일을 잊지 말자”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다” “일본은 댜오위다오에서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일본대사관 안으로 생수병과 음료수캔, 계란, 과일 등을 던졌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대형 사진과 일장기를 짓밟기도 했다.
일본계 기업과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중국 상무부와 공안 당국은 전날 일본계 기업과 상점은 가능한 한 휴업할 것을 권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본 식당과 일본계로 오해받을 수 있는 한국계 업체도 안전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일부 일본인은 한국인 행세를 했으며 오성홍기를 내건 일본계 상점도 많았다. 베이징 거리와 아파트 단지에는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라는 붉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상하이(上海)에서도 수천명이 창닝(長寧)구 완산(萬山)로의 일본총영사관 부근에서 시위했다. 일부 시위대는 ‘중일 전쟁 개시’ ‘일본 상품 불매’ ‘일본인을 쓸어버리자’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일본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만주사변 발발지인 랴오닝성 선양에서도 기념행사와 시위가 이어졌다. 선양시는 오전 9시18분부터 3분 간 주요 도로의 차량 운행을 중단시킨 채 사이렌 경보를 울렸다. 차량들도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국치일을 되새겼다. 일본총영사관 앞과 스푸(市府)광장, 중산(中山)광장 등지에서도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져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
대만에서는 야당 인사와 민간 활동가 등 100여명이 입법원(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장기를 불태우며 일본의 조치에 항의했다. 대만주재일본대표부는 페인트 세례를 받았다.
반일시위는 일본 우익 인사 2명이 댜오위다오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더욱 확산됐다. 한 중국 네티즌은 “81년 전 만주를 침략한 일본이 같은 날 댜오위다오를 침략, 중국인을 농락했다”며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고 분개했다.
이날 시위로 인한 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은 반일 시위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는데 이는 시위가 커질 경우 반정부 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의 반일 시위에 맞서 일본에서는 중국 공관 공격이 이어졌다. 18일 오후 6시 후쿠오카(福岡) 중국 총영사관에 20대 남성이 연막탄 두발을 던지고 달아났다가 자수했다. 우익단체 회원을 자처한 이 남성은 중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연막탄을 던졌다고 진술했다. 도쿄(東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는 50대 남성이 자신의 차량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경찰은 이 남성이 “(센카쿠 문제로) 중국에 항의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중국 대사관과 러시아 대사관을 혼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댜오위다오로 출항할 예정이었던 홍콩 댜오위다오보위행동위원회의 카이풍(啓豊)2호는 선박검사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출발하지 못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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