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이슬람 영화 ‘순진한 무슬림’에 대한 보복으로 외국인을 겨냥한 첫 자살폭탄 테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했다. 영화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자폭 테러로 확대되자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은 내부자 공격의 위험을 줄이겠다며 아프간 군경과의 기존 협력을 중단했다.
18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자폭 테러범은 이날 오전 아프간 수도 카불 시내에서 카불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잠시 대기하던 미니버스를 덮쳤다. 이로 인해 차에 타고 있던 외국인 9명을 포함, 최소 11명이 숨졌다. 사망 외국인은 출근길에 나섰던 국제택배회사의 카불국제공항 근무자들로 국적 등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아프간에서 탈레반 다음으로 세력을 확장한 헤즈비이슬라미아프가니스탄(HIA)이 파테마라는 22세 여성에게 자폭 테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주바이르 시디치 HIA 대변인도 이날 AFP통신 전화인터뷰에서 자폭 테러는 ‘순진한 무슬림’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테러와 거리를 두었던 HIA가 테러를 자처하고 여성이 자폭 테러범으로 나섰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반미 시위가 점차 서방 전체를 반대하는 시위로 확산되고 탈레반 이외 단체가 자폭 테러를 감행하자 NATO는 아프간 군경과의 합동작전을 축소하기로 했다. 제이미 그레이빌 NATO군 대변인은 18일 “아프간 안팎의 반미 시위와 급증하는 내부자 공격으로 정찰 등 기본 업무를 포함해 아프간 군경과의 모든 합동작전을 재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군경에 잠입한 아프간 반군의 공격을 뜻하는 내부자 공격으로 NATO는 올해만 51명의 사망자를 냈다.
레바논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가 반이슬람 영화 규탄 시위 현장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17일 베이루트 시위 현장에서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구실로 ‘순진한 무슬림’ 전편 상영을 허가한다면 세계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스랄라가 사람들 앞에 직접 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는 2006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 이후 암살을 우려해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주로 동영상을 통해 연설해 왔다. 이번 등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나스랄라는 이날 수만명의 시위대 앞에서 “세계는 이번 이슬람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 무슬림에게 입힌 깊은 상처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무슬림의 분노는 선지자를 방어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 향후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또 이슬람 국가들에 “국가 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이에 “미국은 들어라, 선지자를 모욕하지 말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서 폭력 사태는 없었다.
헤즈볼라가 이번 주를 ‘분노의 시위’ 주간으로 선언하자 베이루트 소재 미 대사관은 기밀문서를 소각하고 현지인 직원들을 조기 귀가하도록 하는 등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살라피스트 지도자도 ‘순진한 무슬림’ 제작에 관여한 모든 사람을 살해하라는 파트와(종교령)를 내려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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