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에 열광하고, 다마고치(휴대용 전자기기 상의 애완동물)를 키우고, 삐삐에 숫자암호인 1004, 4444 번호를 남기던 시절. PC통신 하이텔을 하면서 수화기를 든 가족 때문에 통신 연결이 끊기고, 드라마‘별은 내 가슴에’를 보며 울고 웃던 시절을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18일 인기리에 종영했습니다. 공중파 아닌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5%가 넘는 경이적인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응답하라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지요.
사실 7080을 주제로 한 영화나 음악 등은 꽤 나왔습니다. 하지만 90년대를 추억하는 스토리는 별로 없었는데, 올 초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가 히트를 기록하고 ‘응답하라 1997’까지 대박을 내면서 90년대 복고열풍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엔 복고풍 말춤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한몫하고 있지요.
불황기엔 옛 시절을 추억하며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 콘셉트가 강세를 보이게 되는데요. 그 때문인지 올해는 주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30대 초ㆍ중반의 향수를 자극한 복고문화가 유독 강세였고 실제 복고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CJ몰에서는 ‘응답하라 1997’에 노출됐던 90년대 인기 제품들을 모아 판매하고 있는데 호응이 좋다고 합니다. 먼저 90년대 인기가요가 수록된 ‘응답하라 1997 감독판 OST’는 예약 출시 3일만에 3,000장 이상 팔렸구요. 당시 유행했던 반지디자인을 복원한 커플링 ‘응칠반지’를 비롯해 게스 오리지널 티셔츠, 방울머리끈, 가방 이스트팩 등 추억의 상품들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옥션에서도 잔스포츠 가방 500개가 하루 만에 매진되는가 하면 리듬에 맞춰 스텝을 맞추는 게임기인 ‘DDR’도 드라마 이후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45%나 늘었다고 합니다.
복고열풍은 패션에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건축학개론 이후 상반기 히트상품으로 청남방이 뽑힌 데 이어 올 가을에도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 아디다스, 푸마 등 주요 의류와 신발브랜드에서 군복패션(밀리터리룩), 항공점퍼, 운동화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빈티지(Retro Vintage)가 강세라고 합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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