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내곡동사저 부지매입의혹 특검법’의 심의를 보류했다. “더 숙고할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곡동사저 특검법’은 정부 이송 15일 이내에 공포, 또는 국회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하게 돼있어 법정시한인 21일에나 이 대통령의 입장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방향을 예단키 어렵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미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을 국회에서 재의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가열되는 등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법무부가 작성한 재의 요구안에서 보여지듯 겉으로 드러나는 숙고의 명분은 내곡동사저 특검법이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과 ‘특검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과거 모든 특검을 대법원장이나 대한변협이 추천했던 전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발주체가 수사주체가 됨으로써 피고발인의 평등권,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도 이유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특검법은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국회가 전적으로 입법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누구를 특검 추천권자로 할 것인지도 당연히 국회의 입법재량에 속한다는 것이다. 또 일단 특검이 임명되면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특검수사가 행정권에 대한 입법권의 침해라고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특검 임명권자인 대통령 주변이 수사대상이 되는 이번 사건의 특성상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발주체가 특검을 추천하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적 논란은 할만하지만, 문제는 특검에 이르게 된 과정이다. 여당조차 노골적인 이의를 제기했을 만큼 이전 검찰 수사가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특검 추천에 동의한 것도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한 것이다. 추후 논란을 없애기 위해 특검절차 등을 근거법에 명시하는 등 법적 보완작업들은 필요하나, 이미 여야 합의로 발의된 이번 특검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머뭇거림은 잘못을 감추려는 의도로나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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