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 예쁜데다 재주도 많다.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잘 알려진 구혜선(28). 연기 외에 소설 쓰고 그림 그리고 작곡하고 노래하고 영화도 만든다. 3년 전 자작 일러스트를 곁들인 소설 를 내고 전시도 했던 그가 ‘잔상’이라는 제목으로 18일부터 24일까지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갤러리에서 그의 드로잉과 유화 120여점을 볼 수 있다.
이날 개막식에 나온 그는 전시 수익금 전액을 백혈병 어린이들을 돕는 데 쓰겠다고 약속했다. “백혈병 아이들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무균차량의 운영비를 보태고 싶어서 처음으로 작품을 팔기로 했어요. 무균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운행이 중단됐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많이 그렸어요.”
캔버스에 그린 큼직한 유화부터 손바닥만한 드로잉까지 크고 작은 작품을 그는 벽에 걸고 상자에 넣고 설치작품처럼 매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해 전시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했다.
그에게 그림은 오래된 일상이다. 주로 밤에 그리는데, 작업을 시작하면 자는 것을 잊어버려 새벽에는 억지로라도 자려고 애쓴다고 한다. “여섯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미대에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배우가 됐지요. 그림 그리기는 저에게 치유이고 위로이기도 해요. 전에는 그냥 좋아서 그렸지만, 이제는 그림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제 자랑 할 거면 가족 친지들에게만 보여줘도 되겠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전시를 해요.”
구혜선은 2010년 제천음악영화제에서 장편 ‘요술’과 단편 ‘유쾌한 도우미’를 발표하며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다. 올해 이 영화제에서 선보인 두 번째 장편 ‘복숭아나무’는 10월31일 개봉한다.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가 주연을 맡았다.
다재다능한 게 꼭 복은 아닌 모양이다. “한 가지 일만 해도 벅찬데 이것저것 다 하니까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제게 그림과 글쓰기, 연기, 음악은 영화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어서 종합적으로 보면 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중퇴하고 지난해 성균관대 예술학부 영상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는데, 지각 결석 한 번 없이 열심히 공부해 첫 학기에 과 수석을 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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