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11일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 직후 살아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리비아들이 영사관 건물 방 안에 혼자 쓰러져있던 스티븐스 대사를 구조한 정황도 포착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랜서 비디오작가 파흐드 알바쿠스는 영사관 피습 직후 촬영한 현장 동영상을 최근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에서 리비아들은 문이 잠긴 방에 누워있는 스티븐스 대사를 발견하고 “그가 살아있다” “신은 위대하다”며 기뻐했다. 동영상에서 스티븐스 대사는 얼굴이 검은 연기에 그을렸고 눈을 깜박거렸지만 의식은 거의 없는 상태로 보였다. “어서 밖으로 옮겨”라는 다급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알바쿠스는 “문이 잠겨있어 대사를 창으로 데려 나와 자동차에 태워 병원으로 갔다”고 증언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동영상은 테러 단체가 연루된 계획적 공격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당초 이번 사건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모욕 영화로 성난 리비아 과격주의자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비아인들이 스티븐스 대사를 적극적으로 살리려는 장면이 동영상에 나오면서 미국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알카에다 연계 테러단체 안사르 알샤리아를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리비아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사건 직후 용의자 50여명을 체포해 조사 중에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알제리와 말리 출신의 외국인이라며 리비아인 연루설을 일축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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