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등 노년 문제를 꾸준히 무대에 올려온 극단 산울림이 신작 '동행'을 선보인다.
무대는 일절 눈물이 배제된 인간이 등장하는데 작가 윤대성, 연출가 임영웅씨는 내려 쬐는 따스한 빛을 주시하라고 객석에 요구한다. 각각 배우자와 사별하고 요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던 남녀 노인 한 쌍의 이야기다.
"죽음을 목전에 둔 할버지와 할머니가 첫사랑을 확인하고 죽는다는 얘기예요." 남자역의 권성덕씨는 "자나깨나 대본 놓은 적 없다"고 말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는 '고통만이 현실이다'라는 대목이죠."
생의 마지막은 저런 걸까, 왠지 처연함이 밀려 온다. 그러나 "재미없다면 재미없다고 쓰라"는 권씨의 말에는 명배우의 강단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 "절망적인 내용의 대화만 이어지는 것 같지만 이들에게는 범상한 일상일 뿐"이라며 "주고 받는 그 과정의 독특함을 느껴 보라"고 그는 주문했다.
할머니 역의 이현순은 "노인들의 심리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지독한 쓸쓸함 속에서 툭툭 주고 받는 대사에는 독특한 맛이 있죠." 이 무대에는 그래서 이 극단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맛 봤던, 베케트식의 부조리함마저 느껴진다. "차라리 중성인 노인들, 전혀 무관심한 듯하지만 튀어 나오는 남녀의 심리 표현이 주는 맛은 기막히죠. 특히 노인들끼리 내외 하는 모습 같은 거요." 요양원 원장 역의 이인철씨가 말했다. 10월 3일까지산울림소극장 (02)334-5915
한편 지난 2009년 초연돼 지금껏 480회 공연과 20만 관객 동원 등의 기록을 세우며 대중 연극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친정 엄마와 2박 3일'도 노인 문제를 드러내 보여준다. 노모역의 강부자가 전회 출연, 더블 캐스팅으로 딸을 소화하는 전미선ㆍ이서림과 호흡을 맞춘다, 29일~10월 28일 동숭홀. (02)542-4145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