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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딸 불필 스님 회고록 '영원에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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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딸 불필 스님 회고록 '영원에서…' 출간

입력
2012.09.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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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한 번도 '아버지'라는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어요. 큰스님의 영결식과 연화대 다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다비식 날 늦은 오후에야 금강굴 위 산등성이에서 사그라지는 다비장의 불꽃을 바라보며 절을 올릴 수 있었지요."

'가야산 호랑이'로 불리는 성철 큰스님의 친딸이자 제자 불필(不必ㆍ75) 스님이 18일 경남 합천 해인사 금강굴 선방(禪房) 문수원에서 기자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을 맞아 낸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 (김영사 발행)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18세 여름 경남 통영 안정사 천제굴에서 그리운 아버지와 두 번째로 만난 자리에서 출가를 결심한 스님은 "(성철)큰스님께서 '행복에는 영원한 행복과 일시적 행복이 있다'고 말씀하신 순간 영원한 대자유인이 되기 위해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성철 스님은 아버지가 아니라 스승이고,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고 스님은 회고했다. 불필 스님의 출가에는 1950년 9살 때 다섯 살 위 언니가 숨지고, 한국전쟁으로 무고한 사람이 숱하게 죽는 걸 본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구 파계사 성전암에서 수행하던 아버지를 찾아가 발심(發心)을 알렸다. 불필 스님은 "큰스님께서 직접 쓰신 수행교과서 <납자십게> (衲子十偈ㆍ스님에게 주는 10가지 당부)와 <수도팔계> (修道八戒ㆍ수도하는 데 경계해야 할 8가지)를 저에게 주셨는데 얼마나 신심이 났는지 '병이 나도 병원에 가지 말고 법당에 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감로수를 얻어먹자'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그는 득도에 욕심이 나 해인사 말사인 청량사에서 평생의 도반인 백졸 스님과 3년 안에 깨달음을 얻겠다며 하루 30분도 자지 않고 100여일간 참선하다 상기병(上氣病ㆍ기가 머리 위로 치솟아 생기는 두통)이 났다. 그런 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아버지 성철 스님의 뜻에 따라 1957년 인홍 스님을 은사로 석남사에서 정식 출가한다.

불필 스님은 "성철 큰스님이 열반하기 전 '니, 내가 가면 내 같은 사람 또 만날 줄 아느냐'고 하신 말씀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며 "이번 생에 큰스님을 잘 모시지 못했으니 다시 태어나면 해인사 방장이 돼 아버지를 잘 모시겠다"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았다. 스님은 "속세의 어머니라기보다 우리 곁에 온 화신처럼 살아간 분"이라며 결혼한 뒤 출가한 남편 때문에 마음 고생하다 57세 늦깎이 출가한 어머니 일휴 스님에 대해서도 애틋한 감정을 표시했다.

합천=글ㆍ사진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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