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가 3이 나왔으니 1팀 말은 말판에 수어장대라고 쓰여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세요. 여기서 잠깐! 수어장대는 남한산성 수어청의 장관들이 군사를 지휘하던 곳인데…”
지난 15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좌승당(坐勝堂)에는 네 무리로 나뉜 아이들이 한 명씩 주사위를 던지면 남한산성을 본뜬 말판에서 말들이 주사위 숫자만큼 자리를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사위 숫자에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아쉬움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남한산성 행궁을 출발해 연무관과 수어장대, 연주봉옹성 등을 거쳐 다시 행궁으로 돌아오는 말판 곳곳에는 벌칙이 있는 함정도 숨겨져 있다. 단체로 개구리 소리를 내며 좌승당 안을 뛰어다녀야 하고 기둥에 매달려 ‘맴맴맴’ 매미소리를 내기도 해야 했다. 조금은 창피할 수 있는 벌칙이지만 구경하는 아이들도, 벌칙을 받는 아이들도 모두 즐거워했다.
주사위 숫자로 말들이 남한산성 곳곳의 유적지로 옮기게 되면 탐험대장이 나와 이해하기 쉽게 해당 유적지에 대해 설명해줬다. 남한산성 탐험이 끝나면 아이들은 정조 임금이 남한산성에 능행했을 때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줬던 역사인물체험극에 자신도 모르게 동참해 정조와 함께 탐관오리를 처벌한다. 이들은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이 마련한 체험교육프로그램 ‘임금님 납시오’를 통해 남한산성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우고 있다.
최근 문화유적지 복원을 완료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남한산성이 이번에는 문화체험 관광으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남한산성 문화체험은 게임과 체험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남한산성의 역사를 가르쳐주고 가족들이 함께 참여해 우리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체험교육프로그램이다.
내달 3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거시험 보러 오시오’는 조선시대 남한산성에서 치러졌던 과거 시험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오전에는 남한산성을 주제로 한 퀴즈와 시 짓기, 그림 그리기 등의 문과 과거가 치러지고 오후에는 활 쏘기 등의 무과시험을 치르게 된다. 각각의 과거시험에 장원 급제하면 상장과 함께 선물이 주어진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성곽을 지켜라’(매주 일요일)는 남한산성 성곽을 배경으로 전통무예십팔기 무예시범 관람뿐만 아니라 직접 무예복장을 입고 곤봉과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남한산성, 대전산성, 아차산성이 연계해 각 산성을 탐방하고 체험하는 ‘뚜르 드 산성’은 참가신청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명인들에게 가야금과 시조창을 배우는‘풍류일가’(10월 7일, 14일)는 가족들과 함께 전통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남한산성을 단순하게 알리기보다는 역사를 직접 체험해보고 남한산성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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