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빛이 바래는 듯했던 금이 다시 반짝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돈을 ‘무제한’ 풀기로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견뎌낼 투자수단으로 금만한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온스(28.35g)당 2,000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 선물가격은 지난해 9월 온스당 1,900달러대에 오른 뒤 부침을 거듭하다 올해 5월 1,500달러 선까지 밀렸다. 그러나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기대가 고조되던 8월부터 슬며시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10% 가량 오르며 1,80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13일(현지시간) QE3 발표 이후 2% 넘게 오른 것이다.
QE3에 따라 달러가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금값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 미국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무제한 국채 매입을 발표해 향후 전세계 양대 통화인 미 달러와 유로화의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갈 곳 잃은 투자자금의 금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QE3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작용되기 시작하면 달러 약세로 금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수년 전부터 꾸준히 금 매입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 순위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금위원회(WCG)에 따르면 한국의 금 보유량은 70톤으로 조사대상 100개국 가운데 40위였다. 지난해 7월 56위에서 껑충 뛴 것이다. 미국 달러로 환산(29억8,000만달러)하면 8월 기준 외환보유액(3,168억8,000만달러)의 0.9% 수준으로 1년 전(0.4%)보다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경제규모나 외환보유액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금보유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포르투갈은 외환보유액의 90%가 금이다. 우리나라와 수평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미국(75.4%) 독일(72.3%) 등도 금 보유 비중이 높은 나라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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