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차이가 1%안팎으로 좁혀져 대출 수요자들이 금리 선택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고정금리가 정착된 2005년부터 현재까지 7년9개월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이자를 비교해봤더니 2005년 1억원을 대출했다면 고정금리를 선택한 대출자가 400만원 가량 이자를 더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추세였던 2008년까지는 변동금리 이자가 오히려 높았다. 결국 금리가 상승세인가 하락세인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게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 기준이 되는 셈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2005년 2월 기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에 연동한 한 은행의 고정금리 상품의 연 이자율이 5.95%였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운영을 위해 2004년 출범했지만 당시에는 8%대로 높은 편이었고 상품이 안정된 것은 2005년부터다. 이 당시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3.57%)되는 변동금리 상품은 5.13%(개인우대금리 미반영)로, 고정금리 상품보다 0.82%포인트 정도 금리가 더 낮았다.
이 두 상품에서 각각 1억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7년9개월이 지난 올해 11월말 현재(변동금리 이자가 3개월 연동되기에 8~11월까지 계산함) 변동금리 상품의 이자는 4,215만원이었다. 고정금리 상품은 4,613만원으로 나타나 이자가 398만원 더 발생했다. 보통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는 중단기(3~5년)의 시기가 넘어섰는데도 변동금리 상품의 이자가 더 낮았던 것이다.
반면 금리 상승기였던 2008년 11월까지는 고정금리 상품의 이자부담이 더 낮았다. 실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의 경우 2005년 2월 3.57%에 불과했으나 2008년 11월 6.02%로 최고로 치솟았다. CD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 또한 7.58%에 달했다. 이 때까지 고정금리 대출의 지급 이자의 총합은 2,231만원이었으며, 변동금리 상품은 이 보다 83만원이 더 많은 2,314만원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글로벌금융위기 발발로 전세계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펴면서 CD금리는 2.40%까지 떨어졌고, 변동금리는 3~5%를 유지하며 다시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 보다 유리해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2005년 당시 주택공사의 고정금리 대출이 시중은행 고정금리상품에 비해 1~2%포인트나 금리가 낮아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당시 고정금리를 선택한 사람들이 변동금리 대출자에 비해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고정금리 선호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2016년까지 전체 은행 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후 변동금리보다 낮은 연 4%짜리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출시되는 등 정책지원에 나서자 고정금리 대출이 늘고 있다. '금리 갈아타기'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 상품이 대표적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시장 움직임에 민감한 변동금리 일색이던 주택담보대출이 적격대출이 출시되면서 고정금리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등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전망대로 17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1년8개월여 만에 최저치(신규취급액 기준)인 3.21%(전월대비 0.19%포인트 하락)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품 선택 중 정답은 없으나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일 때는 고정금리를, 내릴 때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며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때에 따라서는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내서라도 상품을 갈아타는 게 이익일 수 있으니 늘 금리 향방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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