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5명을 소집했다. 최근 잇따른 중소ㆍ중견기업 CEO와의 간담회를 통해 들은 그들의 애로사항을 대기업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자 공정위가 이를 의식해 과욕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기업 CEO들을 만나 최근 한달 조선ㆍ자동차ㆍ전자ㆍ건설ㆍ소프트웨어 등 5개 분야의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들은 애로 및 건의사항을 전달키로 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김재권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외현 현대중공업대표, 박창규 롯데건설 대표, 김대훈 LG씨엔에스 대표 등 15개 대기업 대표가 참석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미리 배포한 발언문에서 "중소기업의 건의사항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이 사항들에 대해 대기업과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발전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표현은 '해법 모색'으로 완곡했으나, 내용은 대기업에 대한 질타 일색이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인들의 말을 빌려 "대기업의 빈번한 단가인하와 발주취소, 기술탈취 등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대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중견기업의 보호, 용역위탁(소프트웨어업종)에서 원사업자의 범위 확대 등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 등과 구축한 핫라인 등을 통해 하도급 시장을 보다 더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 단가인하 ▦구두 발주 ▦기술 탈취 등 3대 핵심 불공정행위는 직권조사 시 집중 살피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단가후려치기(부당 하도급대금결정, 부당 감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제도개선도 언급했다. 추석에 앞서 중소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선지급할 것을 당부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간담회 전에 김 위원장이 이런 내용을 미리 밝히자 참석 대상 기업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을 죄인 취급하기로 이미 방향을 정해놓았는데 어느 CEO가 토를 달겠느냐"며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고 했지만 본뜻은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리는 CEO들의 모습을 대외에 홍보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공정위의 방안들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며 "굳이 CEO들을 부른 것은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화두가 되면서 공정위가 이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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