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에 청와대를 도청했으며, 박정희가 타고 다니던 방탄 리무진은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제공한 차였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신간 (총 2권, 타커스 발행)에서 박정희 정권의 대미 로비인 코리아게이트의 실체를 폭로해 파장이 예상된다. 안씨는 1968년 1월 청와대 기습사건에 미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박정희가 미국을 불신하면서 삼선개헌과 유신을 추진했으며, 그 결과 미 의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원조 등이 줄어들자 정상적인 외교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미 의회를 직접 설득하겠다며 로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로비 배경을 밝혔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와 윤리위원회, 상원 윤리위원회의 청문회 자료와 증언 속기록 등을 직접 조사한 안씨는 3개 청문회의 보고서와 코리아게이트 관련 재판서류 등 수천 건의 공문서를 검증하고 그 중 70여매의 비밀문서 사진을 책에 실었다. 안씨는 2009년 8월말부터 '시크릿 오브 코리아'라는 블로그를 통해 전현직 대통령의 친인척과 재벌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안씨는 미국이 월남전 파병 한국군 철수에 따른 박 전 대통령의 복심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를 도청하다 불법 대미 로비 사실을 포착했으나, 도청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수사에 나서지 않다가 이후 포드 대통령의 지시로 전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타던 방탄 리무진 '캐딜락 프리트우드 68'는 미국 CIA가 제공한 차량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안씨는 1976년 하원 정보위원회가 CIA의 수의계약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CIA가 한국에 방탄리무진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국이 차량까지 도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책에는 FBI 정보 메모와 포드 대통령을 설득해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을 밝힌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의 미 의회 증언 속기록이 첨부되어 있다.
박동선, 김한조 등 대미 로비스트의 활동과 실체, 미국서 근무한 중앙정보부(중정) 요원들의 줄이은 망명, 김형욱 청문회 증언 저지 실패, 이후락의 스위스 비밀계좌와 망명 실패기 등 대미 로비의 맨얼굴이 낱낱이 드러난다. 안씨는 김대중 납치 사건 당시 미국 내 중정 책임자인 이상호 주미공사와 요원 대다수가 비슷한 시기에 근무지를 동시에 이탈해 미국에서 출국했다며 납치 가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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