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법의 조기교육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법의 조기교육

입력
2012.09.17 12:09
0 0

평론하는 선배 중에 만날 1등만 하는 아들을 둔 이가 있었다. 워낙에 탁월한 수재이니 그 또래의 아이를 둔 다른 선배들은 자식 얘기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바, 하루는 이렇게 묻는 내가 있었다. "선배님은 아들이 무슨 과에 진학했으면 좋겠어요? 설마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는 아니겠지요?"

내 입에서 흘러나온 두 과 운운에 살짝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듯싶더니만 웅변을 하듯 단호하게 대답하는 선배. "나는 우리 애더러 법대에 가라고 했어. 살아보니까 세상 이치를 논리적으로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 법은 기본적으로 그걸 가르쳐주는 학문 같거든."

선배의 바람대로 아들은 S대 법대에 진학했고, 우리는 권커니 자커니 거나하게 축하주를 나눠 마셨더랬다. 그럼에도 쉽사리 고개 끄덕이며 동의할 수 없었던 나, 솔직히 법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껏 법이라면 어렵고 딱딱하고 무서운 거란 선입견 속에 살았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어른들 왈, 법 운운하는 일 없이 법정 드나들 일 없이 평생 살다 가는 게 복이라는 말까지 해 왔을까. 세상으로부터 느닷없는 억울함을 당해야 그 순간부터 허둥지둥 법전과 법정을 떠올리는 참으로 힘없는 우리들. 그에 반해 돈도 많고 권력도 많고 죄도 많은 이들은 법도 많이 알아 참으로 힘 있는 괴물이 될 수 있었나 보다. 국어사전을 살까 하다 민법사전은 어디서 파나 검색을 다 하다니, 너 힘들구나!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