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제16호 태풍 산바가 17일 남해안과 영남 내륙을 관통, 산사태와 침수, 정전 사태를 일으키는 큰 피해를 입히고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낙동강 하류에는 6년 만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태풍 산바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경남 남해군 상주면 부근에 상륙해 대구를 거쳐 밤 7시30분쯤 강원 강릉 부근을 통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시에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38.8m, 경남 통영시 39.4m, 서울 종로구 북악산 25.5m, 경기 안양시 21.7m의 강풍이 몰아쳤다. 또 이틀 동안 한라산 진달래밭 843mm를 비롯, 제주시 399mm, 경남 합천군 대병면 363mm, 전남 남원 뱀사골 353mm, 강원도 삼척시 궁촌 337mm의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 부었다.
이로 인해 인명ㆍ재산피해도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경북에서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전국적으로 70세대 12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3동이 파손되고 67동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전국 45만130호가 정전되고, 96개 항로에 172척의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다. 김포ㆍ제주 등 국내선 258편과 국제선 73편이 결항됐다. 또 경남, 전남, 제주, 부산, 대구, 경북, 광주, 울산, 전북, 충남지역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서울과 경기지역은 오전수업 이후 학생들이 귀가하도록 하교시간이 조정됐다.
많은 비바람이 몰아친 영남지방의 피해가 컸다. 이날 오후 1시25분쯤 경북 성주읍 성산리 성산고분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 컨테이너 조립식건물에 있던 이모(49ㆍ여)씨가 매몰돼 인근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또 이날 오전 9시30분쯤 경주시 안강읍 대동리에서는 산사태가 발생, 주택 한 채가 매몰되면서 집에 있던 류모(29ㆍ여)씨가 다리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됐다. 또 오전 11시12분쯤 부산 금정구 금사로에서는 김모(60ㆍ여)씨가 날아온 알루미늄 대문에 맞아 허리를 다치는 등 이날 부산에서만 행인 5명이 강풍에 날아온 낙하물에 부상을 입었다.
낙동강 하류인 삼랑진에서는 6년 만에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포항 형산강도 오후 4시30분 현재 3.11m로 홍수경보 수위인 3m를 넘어섰다.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수위도 오후 3시 현재 4.25m를 기록, 공원으로 조성된 중구와 남구일대 둔치가 완전 침수됐다.
세 차례나 태풍을 정면으로 맞은 전남ㆍ광주에서도 정전 및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전남 강진 1만3,800호, 목포 1만900호, 여수 8,900호, 고흥 7,580호 등 도내 11개 시군에서 총 5만3,675호가 정전됐다. 산바가 직접 관통한 여수는 이날 오전 초속 23.4m의 강한 바람과 시간당 56.5㎜의 기록적인 호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서시장 인근과 교동 광주은행, 중앙시장 앞 등이 물에 잠겼다.
최고 8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제주에도 140여건의 크고 작은 태풍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3시15분 제주시 연동 한전변전소 앞 주택이 하천 범람으로 침수, 9명이 고립됐다 119구조대에 의해 긴급 구조되기도 했다.
2002년 8월과 이듬해 9월 태풍 루사와 매미로 초토화 됐던 강원지역도 강릉과 동해에서 울릉도를 연결하는 뱃길이 끊기는 등 바닷길이 전면 통제됐다. 김성희(54ㆍ여ㆍ강원 삼척시)씨는 "집채 만한 파도가 몰아쳐 집을 비우고 고지대로 대피했다"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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