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리기가 미국 대선의 중요 이슈로 등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자동차와 자동차 보조금 지급 관행을 이유로 중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은 오하이오주 유세에 나선 오바마는 중국 정부의 행위는 무역 규정을 위반했으며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중국을 WTO에 제소하면서 중국 정부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에 2009년부터 3년간 지급한 불공정 보조금 규모가 1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16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바마가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며 공격한 직후 나왔다. 롬니는 만약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11월 대선의 최대 이슈인 경제문제로 중국 때리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도 이런 롬니에 맞서기 위해 중국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17일 자국산 주방기기, 종이 등에 미국이 부당하게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하며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중국이 맞대응에 나섬에 따라 양국의 보호무역 분쟁이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7월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반덤핑ㆍ상계관세를 부과하자 WTO에 제소하는 등 올 들어 이미 두 차례 자동차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양국은 자동차 말고도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철강 실린더, 미국산 닭고기를 놓고도 무역 분쟁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WTO 제소는 중국의 무역관행을 감시하는 대중무역 태스크포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결정됐다. 이 범정부 특별조직은 중국이 자국 업계에 보조금을 지급,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제품이 범람하면서 미 부품업계의 일자리가 2001년 이후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대선 7주 전 전격적으로 중국 제소를 결정한 것은 무역문제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WTO 제소의 정치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인데 특히 자동차 연관 일자리가 85만개를 넘는 오하이오주에서 오바마 지지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판세상 오하이오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후보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 확보가 어려워진다. 오바마가 오하이오에서 중국 제소 이벤트를 하는 것도 이곳이 대선의 최고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롬니는 4년 전 오바마가 추진한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을 반대한 이유로 오하이오에서 고전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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