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9차례 연장전, 36홀의 강행군도 그를 막지 못했다. '철녀' 신지애(24ㆍ미래에셋)가 2주 연속 챔피언에 등극하며'파이널 퀸'으로 다시 돌아왔다.
신지애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 리버풀 링크스(파72ㆍ6,657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마지막 날 3, 4라운드를 잇따라 치르는 일정 속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내 박인비(24ㆍ이븐파 288타)를 무려 9타 차로 따돌렸다. 이 대회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선수는 신지애가 유일했다. 2008년 이후 4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서면서 LPGA 통산 10승째를 채웠다. 신지애의 10승 기록은 박세리의 25승에 이어 두 번째다.
신지애는 "지난 주 1박2일 연장전을 펼친 뒤라 체력적 부담이 컸는데 큰 성과를 거둬서 정말 기쁘다. 게임을 즐기려고 노력하면서 집중한 게 효과가 컸다. 좋은 결과를 만든 나 자신에게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거침이 없다
신지애는 지난 주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에서 열린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폴라 크리머(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9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짜릿한 우승을 거뒀다. 연장전 승부는 일몰로 인해 8번째 홀에서 중단이 됐고 신지애는 다음날 열린 9번째 연장전에서 웃었다.
지난 주 1박2일의 승부를 펼친 신지애는 이번 대회에서 체력이 고갈돼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강풍으로 대회 2라운드가 하루 연기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신지애는 2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면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대회 마지막 날 36홀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지만 이미 경쟁자들은 전의를 상실한 뒤였다.
신지애는 "타수 차가 있으므로 무리하지 않고 집중하면서 스코어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라운드 내내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슬럼프는 안녕!
신지애는 비회원 신분이던 2008년 메이저 1승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렸다. 이듬해 LPGA에 데뷔해서도 3승을 기록하며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신지애의 상승세는 지난해 제동이 걸렸다.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시즌 도중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졌던 신지애는 한 번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채 시즌을 접었다.
거리를 늘리려는 욕심이 화근이었다. 새로 배운 스윙이 몸에 맞지 않아 허리에 무리가 왔다. 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목표점을 잃은 것도 부진의 원인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월엔 손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라 2개월 동안 허송 세월을 보냈다.
신지애는 심리적인 어려움도 많았다. 2년 가까이 우승이 없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또 라식 수술을 한 뒤 '퍼팅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서 위축이 됐다.
하지만 신지애는 자신의 건재를 알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기인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정확도가 살아났다. 이번 대회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2라운드에선 페어웨이 적중률이 92.9%, 그린 적중률이 100%를 자랑했다.
대회 최종 라운드에선 퍼팅감도 절정이었다. 6번홀(파3)에서 4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한 신지애는 13번홀과 15번홀(이상 파3)에서 정교한 퍼트로 1타씩을 줄여 2위 그룹과의 격차를 9타 차로 벌렸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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