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성폭행, 납치 사건이 만연한 세상이다. 사회가 보호해주지 못한 내 가족의 안전을 도대체 어디에 기대야 할까. 2008년 '테이큰'이 개봉됐을 때 주인공 브라이언(리암 니슨 분)이 자신의 딸을 납치한 인신매매범을 '아버지의 이름'으로 처절히 응징하는 것을 보고, 많은 가장들은 함께 분노했고 함께 통쾌해 했다.
이 시대의 아버지, 리암 니슨(60)이 후속편 '테이큰2'를 들고 한국을 처음 찾았다. 17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내한 기자회견을 가진 리암 니슨은 " '테이큰'의 성공으로 배우로서 내 삶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나를 액션배우로 재정의해서 액션영화 대본을 상당히 많이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우리에겐 '쉰들러리스트'로 각인된 그는 193㎝의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테이큰'에서 액션 실력을 발휘한 뒤 2010년의'타이탄', 올해의'타이탄의 분노' '배틀쉽'까지 액션영화에 잇달아 출연하고 있다.
'테이큰2'는 전작에서 주인공에게 죽임을 당한 인신매매범의 아버지가 브라이언에 복수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브라이언의 가족을 납치하려는 범인과 이에 맞선 주인공의 분투가 터키 이스탄불의 화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4년의 세월 속 영화 속 주인공은 많이 노쇠했고, 그 화려했던 액션도 많이 경량화된 느낌이다. 지친 주인공에겐 이제 자식의 도움이 절실해진 걸까. 영화 속 적에게 감금된 그를 탈출시키는 것도 딸 킴(매기 그레이스)의 몫이고, 이스탄불의 좁은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는 드라이브 장면도 초보운전자인 킴이 담당한다.
리암 니슨은 "브라이언도 변했다. 그는 생계유지를 위해 아랍 부호들의 개인 경호를 서는 전직 CIA요원일 뿐이다. 딸과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여전히 딸에 대해 과잉 보호하는 부성애를 지닌 인간이다. 자신의 삶에도 지쳐있고 지난 번 딸을 찾는 과정에서의 폭력에도 지쳐있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액션 장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그는 "스턴트와 격투 장면은 프랑스 전직 특수요원 출신인 무술감독이 짜서 알려준 것"이라며 " '본' 시리즈의 액션도 그의 작품으로 동양 무술과 유럽의 격투기를 혼합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본'시리즈를 닮은 근접촬영의 화려한 카메라워크도 액션의 '노쇠함'만큼은 가리지 못했다.
한국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를 꼽으며 "미안하지만 다른 영화들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27일 개봉.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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