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둘째 형님이셨던 효령대군을 시조로 하는 우리 문중에서 수 십 년간 대학생 후손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셨고 이번에 제가 그 대상자가 돼 기쁩니다. 조상님과 제 뿌리에 대해 좀더 알게 된 기회여서 더 의미가 큽니다.”
연세대에 재학중인 이미지(18)씨는 사촌 오빠를 포함해 같은 전주이씨 효령대군파 문중의 후손인 대학생 300명과 함께 22일 서울시 방배동에 자리한 사단법인 청권사를 찾아 효령대군의 사당과 묘소를 참배한다. 문중에서 평균 학점이 4.0 이상인 후손 대학생을 대상으로 100만원의 장학금이 수여하는 ‘제26회 효령 장학금’의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약 40만 명이 족보에 이름을 올린 전주이씨 효령대군파는 1987년 효령장학금을 제정한 이후 올해까지 무려 총 9,449명의 후손들을 대상으로 약 57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 규모로만 보면 대기업이 출연한 공익재단이나 지자체가 벌이고 있는 장학사업 등과 맞먹는 수준으로 특정 문중에서 이처럼 많은 금액의 장학금을 후손에게 지급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효령대군 문중이 매년 3억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대군 묘소가 자리잡은 터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효령대군파 종가 소유의 선산 및 농경지는 1970년대 강남지역 개발의 여파로 과천시에서 서울시 서초구로 편입됐고 이중 일부 부지가 지하철 2호선 방배역 개발로 정부에 수용됐다. 당시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으로 효령대군 문중은 서울 중구 무교동에 17층 규모의 효령빌딩 등 빌딩 4채를 매입해 높은 임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70년 초 문중 원로들의 뜻에 따라 발족한 사단법인 청권사의 설립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문중 재산을 사단법인에 귀속시키고 이를 70명 대의원의 투표에 의해서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재산관리의 투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청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문중 재산 때문에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문중은 조상님들의 혜안 덕분에 일찍 사단법인을 설립해 다른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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