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울산 북구 진장동에 문을 연 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울산점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대기업의 사업 진출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일정기간 당사자 자율합의를 중재하는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하자 지역 중소상인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와 지자체까지 합세, 코스트코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17일 지역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울산 북구의회는 지난 14일 열린 제135회 임시회에서 안승찬 의원이 발의한 ‘코스트코 영업중단 및 사업조정 자율협상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안 의원은 결의안에서 “다른 대형마트들은 사업조정 신청에 들어가면 영업개시 준비를 중단하고 먼저 협상에 나섰고, 상인들과의 대화에도 성실히 임해왔지만 코스트코 측은 자율협상 기간 중에도 직원을 모집해 교육하고, 집집마다 우편물을 발송해 회원 가입을 유도하더니 결국 개점했다”며 “코스트코 입점으로 지역 상인들이 감당해야 할 피해를 감안, 당장 영업을 중단하고 사업조정 자율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구의회도 지난 13일 코스트코 울산점에 대해 자율협상 성실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현희 의원은 “이미 개점한 대형마트를 상대로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전국 기초의회 가운데 처음”이라며 “코스트코는 행정절차를 지키고 지역 중소상인과 성실히 사업조정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인 북구 측도 “코스트코 전국 7개 매장이 최근 의무휴업일을 어기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지만 조만간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안 개정을 통해 코스트코가 월 2회 의무휴업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스트코의 울산 진출에 따른 갈등은 2010년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코스트코 진출 시도에 북구는 대형유통시설 포화 등 지역 여건을 들어 건축심의를 반려, 지난해 8월 시 행정심판위원회가 직접 처분(허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윤종오 북구청장에 대한 고소와 검찰의 불구속 기소 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지역 중소상인들과 코스트코 사이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생존권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지역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일 지정과 코스트코 울산점 개점을 반대하며 규탄시위를 벌여왔다.
또한 코스트코가 들어선 북구 진장유통단지에 대형마트가 아닌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이나 ‘중소상인들을 위한 물류센터 유치’를 시에 요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의 허가 처분으로 코스트코 진출이 확정된 현실에서 울산슈퍼마켓협동조합 등 중소상인단체들은 코스트코를 상대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 받아들여져 그간 2차례의 자율협상을 진행했지만 코스트코는 더 이상 협상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듯 지난달 말 개업을 강행해버렸다.
이런 상황에 대해 코스트코 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스트코 울산점 개점 시 관계 법률과 건축용도 관련 규제조항을 준수했으며, 부지 또한 울산시가 ‘유통산업단지’로 지정해 점포 개발이 가능한 적법한 곳”이라면서 “지역 중소상인들의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트코는 또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16일 울산점에 대해 무기한 개점을 정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는 관련 법령 및 법 원칙에 비춰볼 때 불합리해 이를 철회하거나 취소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역의 최근 ‘성토’ 움직임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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