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한반도로 달려들고 있는 제16호 태풍 산바는 태풍 중에서도 가장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추석 태풍은 들뜬 사람들을 하루 아침에 이재민으로 만들고, 귀성객의 발을 꽁꽁 묶어 놓는다. 수확을 앞둔 곡식과 과실을 떨궈 농민들을 울상 짓게 하고 제수용품 물가도 대폭 올린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추석을 앞두고(2주 이내) 찾아오거나 추석 연휴에 한반도를 덮친 태풍은 산바를 포함해 2007년 나리, 2005년 나비, 2003년 매미, 2000년 사오마이, 프라피룬 등 모두 6개다.
이 중 가장 위력이 컸던 것은 2003년 매미. 추석 다음날(9월 12일) 경남 삼천포 부근 해안으로 상륙한 매미는 고향집에 추석을 쇠러 온 귀성객이 파도에 휩쓸리는 등 전국적으로 131명의 인명피해와 4조2,225억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또 전국적으로 200여 편의 항공기를 결항시키고 96개 항로 135척의 연안 여객선 뱃길을 끊는가 하면 주요 철로마저 침수시켜 귀경객의 발목을 잡았다. 제주 지역 가구의 77.6%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암흑의 연휴를 지내야 했다.
2007년 나리는 추석을 열흘 앞두고 제주를 강타해 10여명의 인명피해를 남기고 주택과 상가 200여 채를 침수시키는 등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또 나리가 관통한 전남 지방에서는 수확을 앞둔 농경지 4,104헥타르가 침수되고 1,871헥타르의 논에서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시금치 가격이 50% 이상 오르는 등 제수용품의 가격이 급상승했다.
평년보다 추석이 20여 일이나 빨랐던 2000년 8월 말에 찾아온 프라피룬은 수확 직전의 과수원을 초토화시켰다. 당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공급량은 예년의 30~40%에 불과해 일부 과일은 가격이 전년의 2배 이상 치솟았다.
추석과 가까운 시기에 우리나라를 찾은 가을태풍은 역대 태풍 위력으로도 상위권이다. 산바를 제외한 5개의 태풍 중 매미, 프라피룬, 나리 등이 재산피해액 순위 10위권 안에 든다. 1959년 추석 연휴를 통째로 집어 삼켰던 사라도 무려 849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에너지는 해수면 온도가 높을수록 증가하는데 초가을이 태풍이 발생하는 북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은 때인데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도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기 좋게 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가을 태풍이 강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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