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은 결국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되면서 싱겁게 마무리됐다.
문 후보는 모바일투표와 현장투표, 투표소 투표 득표수를 합산해 34만7,183표(56.52%)를 얻어 13만6,205표(22.17%)에 그친 손학규 후보를 무려 21만여표 넘게 따돌렸다. 특히 일반 유권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투표에서 33만6,717표를 얻어 12만7,856표에 그친 손 후보에 비해 두 배 이상 앞섰다.
손 후보는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1,379표로 문 후보(1,297표)를 82표차로 앞서 '당심'에서는 우위를 보였지만 '모바일 부대'의 공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기대를 걸었던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도 문 후보에게 크게 밀리면서 결선투표조차 이끌어 내지 못했다.
손 후보는 다른 비문(非 문재인) 후보들과 함께 첫 순회경선이 열린 제주지역에서부터 모바일투표의 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들어 당 지도부의 불공정 경선 의혹을 제기했지만 문 후보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이날 경선도 예외 없이 야유와 고성에 시달렸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경선준비기획단을 맡았던 추미애 최고위원을 소개할 때부터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어 임채정 당 선관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손 후보 측 객석에서 '꼼수 모바일폐지''민주당 주인은 당원'등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지도부를 향한 원성을 토해냈다. 이 대표가 단상에 올랐을 때는 야유가 절정에 달했고 이에 맞서 문 후보 지지자들이 '이해찬'을 연호해 대조를 이뤘다.
정견 발표에서 문 후보는 경선 승리 후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서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절감한다"며 "단결 속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때"라고 호소했다.
손 후보는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은 자제한 채 마치 고별사를 연상케 하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 연설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5년 전 한나라당을 탈당해 보따리 장수란 말로 걷어차였지만 몸을 낮췄다"면서 "신체적 위협과 정신적 모멸까지 겪으며 야당대통합을 이뤄냈지만 고생하고 누구 좋은 일 시켰냐는 바보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민주당을 사랑한다"고 발언을 마무리 지었고 장내에선 고른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두관 후보는 "패권주의 세력은 반칙으로 경선을 망쳤지만, 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말했고, 정세균 후보는 "민주당 후보가 우리를 뭉치게 한다면 승리하고 그렇지 못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경선 이후의 화합 강조에 역점을 뒀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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