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31조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1ㆍ2대주주 간 갈등으로 중대 기로를 맞는다. 시행사 최대 주주인 코레일이 사업 집행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AMC) 최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소유한 지분 매입을 통해 사업계획 변경을 꾀하고 있어서다.
16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에 따르면 코레일 측 이사 3명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AMC의 지분 중 롯데관광개발이 소유한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매입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30개 출자사에 통보했다.
현재 용산 AMC 지분은 롯데관광개발이 70.1%를, 코레일이 나머지 29.9%를 갖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0년 삼성물산이 내놓은 지분 45.1%를 인수하면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이끄는 시행사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넘겨받아 롯데관광개발 주도의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이사회에서 옛 삼성물산 지분 매입안이 통과되면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 계획을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드림허브 이사회는 총 10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코레일(3명)과 코레일에 우호적인 삼성물산(1명), 롯데관광개발(2명)과 롯데에 우호적인 프루덴셜(1명), 삼성SDS(1명) 등 4대 4 구도가 팽팽하다. 결국 KB자산운용(1명)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1명)이 키를 쥐고 있는데, 두 회사는 이사회 설명을 듣고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지분 매입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돼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 상가 분양 방식과 분양단가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AMC는 2016년 말까지 총 면적 105만6,000㎡(32만평)의 상가를 동시 분양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레일은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이 현재 전국에서 운영하는 상가 면적(102만3,000㎡)과 비슷한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낸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며 순차적 분양을 주장하고 있다. 3.3㎡당 3,000만~5,000만원 선으로 책정된 분양 단가도 대형 유통업체의 평균 1,500만원보다 2배 이상 비싸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발표된 3조원대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방안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옛 삼성물산 지분 매입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코레일 의도대로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드림허브 출자 30개사는 주주간 협약 등을 통해 중대원칙이 변경될 때는 전체의 동의를 받도록 해 놓았다. 코레일이 지분을 추가 매입해 총 지분이 30%를 넘으면 감사원 감사 등 행정부 견제를 받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민간 건설사들이 다수 참여하는 출자 지분구조를 감안할 때 30개사 전체의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코레일의 지분 변경은 출자사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인 만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AMC 지분 변경은 이사회가 의결하면 되는 사항"이라고 밝혀 안건 상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1ㆍ2대 대주주 간 다툼이 법정 공방 등으로 확산될 경우 내년 하반기 부터 시작되는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이 지연되는 등 주민 피해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총 31조원을 들여 코레일이 소유한 용산철도정비창 터(40만㎡)와 서부이촌동 일대(12만4,000㎡)에 초고층 상업ㆍ주거ㆍ업무시설 23개 동을 포함해 모두 66개 동의 건축물을 짓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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