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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도 '강남바퀴'와 '강북바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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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도 '강남바퀴'와 '강북바퀴' 다르다

입력
2012.09.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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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꺾이면서 대청소하는 집이 많다. 평소 눈 여겨보지 않던 구석구석을 청소하다 보면 숨어 있던 해충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해충의 대명사 하면 단연 바퀴벌레. 우리나라에 사는 바퀴벌레는 크게 독일바퀴와 일본바퀴(집바퀴), 미국바퀴, 먹바퀴 등 4가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지역마다 주로 서식하는 바퀴벌레가 다르다. 서울엔 독일바퀴가, 제주엔 먹바퀴가 많다. 서울 안에서도 강북엔 미국바퀴가, 강남엔 일본바퀴가 많다. 생활환경위생기업 세스코가 방제서비스를 하고 있는 전국 약 30만 곳의 가정집과 요식업장에서 5~9월 발견된 바퀴벌레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국내 최다는 독일바퀴

4가지 종류 중 전국에 가장 많은 바퀴벌레는 약 72%인 독일바퀴다. 서울(73%)과 경기도(80%), 강원도(81%)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 다음은 일본바퀴(22%)와 먹바퀴(18%), 미국바퀴(4%) 순이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바퀴 종인 독일바퀴는 국내에선 5년 전에 비해 70%가량 증가했다. 집안에서 발견되는 바퀴벌레 중 가장 작지만, 다른 종에 비해 바깥 온도의 영향을 덜 받고 주로 집안에서 지내며 다양한 서식지와 먹이를 확보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이 늘 거라는 예측도 그래서 나온다. 밝은 황갈색을 띄는 독일바퀴는 주방이나 화장실, 식품저장소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육지와 달리 제주도에선 약 71%로 가장 많이 나온 게 먹바퀴다. 먹바퀴는 다른 지역에서는 아예 목격되지 않았거나(서울, 경기도, 충청도) 많아야 8%(경상도) 수준이었다. 세스코 위생해충기술연구소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특히 좋아하는 먹바퀴의 습성 때문에 남쪽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몸이 광택 있는 암갈색으로 나무와 돌이 많은 화단이나 화분, 온실, 하수구 주변에서 주로 눈에 띈다.

생활환경 차이 따른 바퀴 분포

서울 안에서 강남과 강북 지역의 바퀴벌레 분포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강북에서는 미국바퀴가 약 45%로 가장 많이 발견됐고, 일본바퀴(33.3%), 독일바퀴(22.2%)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에선 일본바퀴가 65%로 목격된 비율이 제일 높았고, 독일바퀴(25%), 미국바퀴(10%)가 차례로 많이 보였다.

조사 대상 강남 지역에는 아파트, 강북 지역에는 다세대주택 같은 주거형태가 많은 게 발견된 바퀴벌레 종이 차이 나는 주요 이유일 것으로 세스코 위생해충기술연구소는 추정하고 있다. 세대 수가 많고 층수가 높은 아파트는 실내에 주로 서식하는 일본바퀴가, 집 안팎으로 이동이 상대적으로 쉬운 다세대주택은 실내ㆍ외 서식이 모두 가능한 미국바퀴가 더 선호하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미국바퀴가 가장 좋아하는 서식처는 따뜻하고 습한 정화조나 하수구 근처다. 다세대주택이 빗물과 가정하수가 섞여 처리되는 곳이 많다는 점도 미국바퀴가 많이 발견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빗물과 하수가 따로 처리되는 아파트 하수구보다 먹이가 많아 바퀴벌레가 모여들기 쉽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강북 지역보다 강남 지역에는 실내에 화단이나 정원이 조성돼 있는 곳이 다수였다. 습도가 충분한 화단이나 정원은 일본바퀴가 아주 선호하는 환경이다.

국내 바퀴벌레 수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거지나 식당, 식품공장 등이 늘면서 먹이와 서식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종류는 일본바퀴다. 3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늘었다. 따뜻한 실내 환경을 좋아해 겨울철에도 라디에이터나 보일러, 온수배관, 오븐 주변에서 눈에 띈다. 약 5년 전만 해도 일본바퀴는 대부분 집안에서 발견됐지만, 개체 수가 늘면서 최근엔 야외에서도 점점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 산에 주로 사는 산바퀴는 3년 전보다 무려 14배 이상 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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