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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이 웃는 회사로' 롯데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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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이 웃는 회사로' 롯데의 변신

입력
2012.09.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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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에서 의류상품 기획자(MD)로 일하는 강민아(32)책임은 입사 8년차의 과장급 중추 인력이다. 하지만 다음달 말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회사에 명목상 1년짜리 육아휴직제도가 있지만 선뜻 쓸 수가 없어 망설이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7일부터 출산을 앞둔 모든 여직원에게 출산휴가 직후 자동으로 1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육아휴직 신청 제도가 바뀌기 때문. 강 책임은 "10월초 출산휴가를 앞두고 육아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동료들에게도 매우 미안했는데 이러한 제도가 생겨 큰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유통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로 잘 알려져 있는 기업. 그런 롯데가 최근 들어 여성 친화적인 기업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올 들어 첫 여성임원 배출, 임산부 근무 유연제(출근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 도입, 상반기 사상 최고 비율의 여성 신입사원 채용에 이어 또 하나의 진전된 조치를 내놓은 것. 롯데는 16일 육아휴직을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부터 이를 자동으로 1년간 쓸 수 있도록 신청절차를 바꾼다고 밝혔다. 그 동안에는 희망자의 신청에 따라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지만 '워킹 맘'들이 복직 후 자리보전 등 회사 눈치를 보느라 이용자가 많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 것. 롯데의 이 같은 행보가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유통업계에 가족친화적 기업 문화를 확산시키는 전환점이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도입하는 육아휴직 제도는 무조건 1년을 육아휴직으로 쓰되, 본인이 희망해 1년을 다 쓰지 않을 경우, 회사의 별도 승인을 받아 육아휴직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 사원 등 전 직원에 적용된다. 롯데는 또 내년부터 육아휴직 중인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복직을 돕는 인터넷 학습시스템도 운영한다.

이번 제도개선은 신동빈 회장의 여성인재 육성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신 회장은 최근 휴직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성인재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수한 여성인재를 채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과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그 동안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06년부터 여성 인력에 대한 채용을 늘려 왔다.올 상반기의 경우 여성 신입 사원 비율이 역대 최대인 35%에 달했다. 지난 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내부승진을 통해 송승선 롯데마트 이사대우와 박선미 대홍기획 이사대우 등 여성 임원 2명을 발탁하기도 했다. 그간 각 계열사에 근무하는 여성 임원 가운데 오너가 출신이 아닌 사례는 2010년 패션업계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박기정 롯데백화점 이사가 유일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도 여직원의 출산 육아 지원에 적극적이다. 롯데마트는 임산부 전용 휴게실을 만들고, 2월부터 임산부 사원을 대상으로 출근시간을 자율 결정해 근무하는 '임산부 유연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2010년 3월 서울 재동에 어린이집 1호점을 열어 맞벌이를 하는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육아휴직 신청제도 변경은 2006년 이후 입사해 '조직의 허리'역할을 하는 여직원들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도 작용했다"며 "여직원의 출산ㆍ육아지원 정책은 여성 고객이 70%를 차지하는 유통업체 특성상 여성사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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