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 공식석상에서 사라져 신변이상설까지 나왔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15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TV에 등장, 건재를 과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부주석이 베이징(北京)시 중국농업대학에서 열린 과학대중화의날 행사에 참석해 "식품 안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식품 안전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고 사회 전체가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CTV도 이날 주요 뉴스 시간대에 시 부주석이 흰색 셔츠와 검은색 점퍼 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아 미소를 띤 채 걸어가는 모습 등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행사에는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선전부장,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중앙조직부장 등도 참석했다. 시 부주석은 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10일 헬레 토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와의 면담까지 미뤄 부상설과 변고설 등 온갖 억측을 낳았다.
그러나 시 부주석이 이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도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아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그가 모습을 감출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권력 이양 과정에서 말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뉴욕타임스(NYT)가 15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시 부주석에게 권력을 이양할 준비가 안돼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러한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NYT는 시 부주석이 당내 인사와 정책을 둘러싼 심각한 불화 등 정치적 도전을 해결하느라 종적을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 예로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은 당내 각 계파가 주요 쟁점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관련, 중국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시 부주석이 올해 가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대규모 시위가 권력 이양을 앞둔 시점에 이어지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NYT는 후 주석이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은 물려주더라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넘겨주지 않으면서 군부를 계속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시각도 전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2002년 퇴임 당시 후 주석에게 거의 모든 직책을 넘기면서도 군부 통제권은 2년 후 물려준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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